2024/05 13

내 귀에 임자 없는 귀신이 산다

내 귀에 임자 없는 귀신이 산다洪 海 里  내 귀에는 소리싸움을 하는 귀신귀의 신이 살고 있네시도 때도 없이우렁우렁 울어 쌓는 안귀신과 바깥귀신말과 소리가 뒤엉겨 난장판이네아프다는 말 하기 싫어서그대에게 안부를 묻지 못하네그냥 안밀하게 지낸다고먼 하늘 바라보며 문안하노니그대 창 밖에 흰 구름장 흘러가거든내 기별이려니 여기시게나그대 소식을 귀담아듣지도 못하고귀넘어듣는 것도 아닌데세상은 귀 밖으로 천리만리라네! 시작 노트>얼마 전부터 귀가 소란하기 그지없다. 의사는 이것도 나이 들어얻은 축복이니 즐기면서 살라 하지만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대낮에도 귀가 어둡다. 대명천지에 어둠을 즐겨야 하는 내 귀의설움이라니! 사실을 말하자면야 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들을 만한 소리도 없다. 시끄러운 세상 귀 닫고..

<시> 풀꽃과 다이아몬드

풀꽃과 다이아몬드- 서울의 교사명에 부쳐  홍해리(洪海里)     하늘에 가는 바람과땅 속의 물로바람과 물빛보다불보다도 더 예쁜 꽃을 피우는이름없는 풀이여매일 다시 태어나는순진무구의 풀잎으로 짜여지는초록빛 영원의 일상그 심장마다 피어나는 꽃, 꽃, 꽃아침 뻐꾸기 소리같은 박수갈채와춤추는 칼과 다이아몬드는 없어도꽃잎마다 새벽이면하늘도 내려와 고이고사랑과자유과평화의 종소리가 맺혀저 팽팽한 내일을 향해하나의 빛을 던지느니수없이 많은 빛줄기그 뒤를 하느니. 시내 초·중·고교장회의 「서울의 교사명」채택중앙일보 1978. 01. 31.서울시교육위원회는 31일 창덕여고 강당에서 각급학교 교장회의를 열고 시내 초·중·고교사들 명의로 제정된 『서울의 교사명(교사명)』을 채택했다.이날 채택된 『서울의 교사명』은 ▲학생을 ..

시천詩泉 - 曉山 김석규

시천詩泉- 曉山 김석규 洪 海 里  나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샘새벽부터 솟아올라 넘쳐 내리는 소리 청청하거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흐르고 흘러때로는 폭포가 되고아이들을 만나면 분수가 되고먼 길 가는 젊은 나그네 목도 축이며머지않아 바다에 이르면갈매기 노랫소리로 수놓은시 바다[詩海]를 이루리라만 편의 시가 출렁이는망망대해 반짝이는 윤슬이여신선한 파돗소리 따라바닷고기들 춤사위 찬란하고하늘도 오색 구름을 피워시인에게 고맙다 고맙다 화답하누나.

시집 증정

시집 증정 洪 海 里  1969년애 나온 내 첫 시집 『투망도投網圖』정가 320원이었다요즘 보니 경매에 나온 그 책경매가가 30만 원이다 책을 소개한 글을 보면 '증정본'이라고 돼 있는데내가 시집을 드린 분이 바로 은사 김 시인교수님그 사이 50년 넘게 이리저리 굴러다니다이제 경매 사이트에까지 올라오게 되었나 보다 80년대 초 어느 해새 시집이 나와 동료교사에게 증정을 했더니학기말에 자리가 바뀌어 짐을 옮겨야 하는데내 시집이 휴지통에 처박혀 있었다 창피해서 몰래 꺼내 보니, 바로고릴라란 별명의 수학선생 고高가 그년이었다돼지에게 던져 줄 걸참 내가 눈이 삐었구나 했지. - 월간 《우리詩》 2024. 7월호.(제433호)

어버이날

어버이날 洪 海 里  줄줄이 늘어지게 매달린 아들 넷딸 넷여덟 자식들. 생전에아버지 어머니 얼마나 무거우셨을까등나무 꽃을 달면 눈물이 난다.- 시집『독종』(2012, 북인)                                                                    思母曲               서리에 스러진 갈대꽃을 보노라니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사립문에 기대 선 백발 어머니를 더 이상 뵈올 수 없게 되다니작년 오월 장맛비가 한창이던 때였지가사(袈裟)를 전당 잡히고 쌀팔아 집에 돌아왔었는데.  霜殞蘆花淚濕衣, 白頭無復倚柴扉. 去年五月黃梅雨, 曾典袈裟糴米歸.―‘어머니를 그리며(사모·思母)’ 여공(與恭·송대 말엽)  서리 맞아 황량한 갈대숲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여읜 한 승려가 눈..

막걸리 詩 9篇

마시는 밥- 막걸리 홍 해 리 막걸리는 밥이다논두렁 밭두렁에 앉아하늘 보며 마시던 밥이다물밥!사랑으로 마시고눈물로 안주하는한숨으로 마시고절망으로 입을 닦던막걸리는 밥이다마시는 밥!- 『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막걸리 洪 海 里  텁텁한 탁배기 가득 따라서한 동이 벌컥벌컥 들이켜면뜬계집도 정이 들어 보쟁이는데한오백년 가락으로 북이 우누나가슴에 불이 붙어 온몸이 달아모닥불로 타오르는 숯검정 사랑꽹과리 장고 지잉지잉 징소리한풀이 살풀이로 비잉빙 돌아서상모도 열두 발로 어지러워라탁배기 동이 위에 동동動動 하늘.- 『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막걸리 洪 海 里  할아버지 그을린 주름살 사이사이시원스레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쑤욱쑥 솟아올라 몸 비비는 벼 포기들떼개구리 놀고 있는 무논에 서서잇사..

막걸리잔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막걸리 잔 속에 초승달이…동아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04-14 03:15 최종수정 2010-04-14 07:18  [동아일보] 정부 전용잔 공모전 수상작채우면 달 모양 생기는 잔 등 디자인 4종-실물 4종 선정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실시한 ‘막걸리 표준 잔 디자인 공모전’에서 박영동 박완수 씨가출품한 ‘호월배’ 등 8종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에는 실물로 제작된 막걸리 잔 234점과 도안 형태로 제출된 막걸리디자인 안(案) 305점 등 총 539점이 출품됐다. 막걸리 전문가와 양조업계,외식업계, 디자인, 도예 등 각 분야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막걸리 잔으로서의 기능성과 전통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수상작들은 막걸리와 어울리는 소박함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