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14

푸른 시간의 발자국

푸른 시간의 발자국洪 海 里 꿈속에서 시를 한 편 한 편 읽고 있었다 저무는 동짓달 초여드레 새벽 세 시였다 가만히 보니 내가 찍어 놓은 것이었다 제목이 『푸른 시간의 발자국』이었다.                                              2024. 12. 08. * 참으로 오랜만에 꿈속에서 시를 읽었다.   시집 제목이 『푸른 시간의 발자국』이었다.  『시간의 푸른 발자국』이라 해도 좋겠다.

일탈逸脫

일탈逸脫 洪 海 里   1  귀 눈 등 똥  말 멱 목 발  배 볼 뺨 뼈  살 샅 손 숨  씹 이 입 좆  침 코 턱 털  피 혀 힘---  몸인 나,  너를 버리는데 백년이 걸린다  그것이 한평생이다.  2  내가 물이고  꽃이고 불이다  흙이고 바람이고 빛이다.  그리움 사랑 기다림 미움 사라짐 외로움 기쁨 부끄러움슬픔 노여움과 눈물과 꿈, 옷과 밥과 집, 글과 헤어짐과아쉬움과 만남 새로움 서글픔  그리고 어제 괴로움 술 오늘 서러움 노래 모레 두려움춤 안타까움 놀라움 쓸쓸함  (내일은 없다)  그리고 사람과 삶, 가장 아름다운 불꽃처럼  우리말로 된 이름씨들 앞에서  한없이 하릴없이 하염없이 힘이 빠지는 것은  아직 내게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한 그릇의 밥이 있어서일까  일탈이다, 어차피 ..

가을 엽서 / 김세형 시인

엽서洪 海 里시월 내내 피어오르는난향이 천리를 달려 와나의 창문을 두드립니다천수관음처럼 서서천의 손으로향그런 말씀을 피우고 있는새벽 세 시지구는 고요한 한 덩이 과일우주에 동그마니 떠 있는데천의 눈으로 펼치는묵언 정진이나장바닥에서 골라! 골라! 를 외치는 것이뭐 다르리오마는삐약삐약! 소리를 내며눈을 살며시 뜨고말문 트는 것을 보면멀고 먼 길홀로 가는 난향의 발길이서늘하리니,천리를 달려가 그대 창문에 닿으면"여전히묵언 정진 중이오니답신은 사절합니다!"그렇게 받아 주십시오그러나아직 닿으려면 천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시집『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洪海里 시인의「엽서」에 얽힌 얘기 / 김세형(시인) 얼마전 모 시인이 내게『찬란을 위하여』란 신작 시집을 보내준 데 대해 축하의 글을 보내왔다.그런데 ..

詩化된 洪海里 2024.12.03

동짓달 초하루

동짓달 초하루 洪 海 里  뭘 먹을까걱정 말라 했거늘 하루 세 끼때우는 일 심심파적이라면좋으련만 사람 바뀌는 일어찌 쉬우랴!  * 12월 1일, 음력 동짓달 초하루! 내가 동짓달 초하루에 서 있다. 그러나 올해도 아직 섣달 한 달이 남아 있다.다 거두어 간 들판에 눈이 내렸다. 새들도 먹이 찾기가 어렵고 힘들겠다.     - 隱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