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論 / 신현락(시인) <시인론> 해리海里,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을 찾아서 -洪海里論 신 현 락(시인) 이름 없는 풀이나 꽃은 없다, 나무나 새도 그렇다 이름 없는 잡초, 이름 없는 새라고 시인이 말해서는 안 된다. 시인은 모든 대상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이다 이름 없는 시인이란 말이 있다 시..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1.04.21
<시> 홍해리는 어디 있는가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洪 海 里 詩의 나라 우이도원牛耳桃源 찔레꽃 속에 사는 그대의 가슴속 해종일 까막딱따구리와 노는 바람과 물소리 새벽마다 꿈이 生生한 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 行과 行 사이 눈 시린 푸른 매화, 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 솔밭 옆 마을 꽃술이 술꽃으로 피는 난정蘭丁의 누..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1.04.20
<시> 숫돌은 자신을 버려 칼을 벼린다 숫돌은 자신을 버려 칼을 벼린다 洪 海 里 제 몸을 바쳐 저보다 강한 칼을 먹는 숫돌, 영혼에 살이 찌면 무딘 칼이 된다. 날을 세워 살진 마음을 베려면 자신을 갈아 한 생을 빛내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 서로 맞붙어 울어야 비로소 이루는 상생相生, 칼과 숫돌 사이에는 시린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1.04.20
<시> 봄, 벼락치다 봄, 벼락치다 洪 海 里 천길 낭떠러지다, 봄은. 어디 불이라도 났는지 흔들리는 산자락마다 연분홍 파르티잔들 역병이 창궐하듯 여북했으면 저리들일까. 나무들은 소신공양을 하고 바위마다 향 피워 예불 드리는데 겨우내 다독였던 몸뚱어리 문 열고 나오는게 춘향이 여부없다 아련한 봄..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1.04.20
<시> 독 독 洪 海 里 네 앞에 서면 나는 그냥 배가 부르다 애인아, 잿물 같은 고독은 어둘수록 화안하다 눈이 내린 날 나는 독 속에서 독이 올라 오지든 질그릇이든 서서 죽는 침묵의 집이 된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1.04.20
<시>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洪 海 里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픈 사람아 이 봄날 마음 둔 것들 눈독들이다 눈멀면 꽃 지고 상처도 사라지는가 욕하지 마라, 산것들 물오른다고 죽을 줄 모르고 달려오는 저 바람 마음도 주기 전 날아가 버리고 마니 네게 주는 눈길 쌓이면 무덤 되..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1.04.20
<시> 연가 연가 洪 海 里 맷방석 앞에 하고 너와 나 마주앉아 숨을 맞추어 맷손 같이 잡고 함께 돌리면 맷돌 가는 소리 어찌 곱지 않으랴 세월을 안고 세상 밖으로 원을 그리며 네 걱정 내 근심 모두 모아다 구멍에 살짝살짝 집어넣고 돌리다 보면 손 잡은 자리 저리 반짝반짝 윤이 나고 고운 향기 끝 간 데 없으리니 곰보처럼 얽었으면 또 어떠랴 어떠하랴 둘이 만나 이렇게 고운 가루 갈아 내는데 끈이 없으면 매지 못하고 길이 아니라고 가지 못할까 가을가을 둘이서 밤 깊는 소리 쌓이는 고운 사랑 세월을 엮어 한 生을 다시 쌓는다 해도 이렇게 마주앉아 맷돌이나 돌리자 나는 맷수쇠 중심을 잡고 너는 매암쇠 정을 모아다 설움도 아픔까지 곱게 갈아서 껍질은 후후 불어 멀리멀리 날리자 때로는 소금처럼 짜디짠 땀과 눈물도 넣고 소태처..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1.04.20
<시> 아름다운 남루 아름다운 남루 洪 海 里 잘 썩은 진흙이 연꽃을 피워 올리듯 산수유나무의 남루가 저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깔을 솟구치게 한 힘이었구나! 누더기 누더기 걸친 말라빠진 사지마다 하늘 가까운 곳에서부터 잘잘잘 피어나는 꽃숭어리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소리 노랗게 환청으로 들리는 봄날 보랏빛 빨간..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1.04.20
<시> 나 죽으면 바다로 돌아가리라 나 죽으면 바다로 돌아가리라 洪 海 里 넓고 넓은 바닷가 외진 마을 어머니의 고향 우주의 자궁 나 죽으면 그 곳으로 돌아가리라 돌아가 그 보드라운 품에 안겨 무한과 영원의 바다를 살리라 이승에서 지은 죄와 모든 때 뜨거운 불로 사루고 태워 한줌의 가루로 남아 천지를 진동하는 폭..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1.04.20
<시> 초여름에서 늦봄까지 초여름에서 늦봄까지 1 그해 여름 혼자 빨갛게 소리치는 저 장미꽃더미 아래 나는 추웠네 한겨울이었네 속살 드러내고 속살대는 초여름 문턱에 서서 나무들은 옷을 껴입고 있었네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2 천둥과 번개 사이로 불볕더위가 느릿느릿 지나가고 흰 이슬 방울방울 지천으로 내리는 황금..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