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월 시월 洪 海 里 가을 깊은 시월이면 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든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팽팽한 긴장 속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머언 만릿길을 마른 발로 가고 있는 사람 보인다. 물푸레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투명한 심연으로, 냉큼, 뛰어들지 못하고, 온 세상..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10.10.17
<시> 무위無爲의 시 무위無爲의 시詩 -愛蘭 洪 海 里 너는 늘 가득 차 있어 네 앞에 서면 나는 비어 있을 뿐 ㅡ 너는 언제나 무위의 시 무위의 춤 무위의 노래 나의 언어로 쌓을 수 없는 성 한밤이면 너는 수묵빛 사색의 이마가 별처럼 빛나, 나는 초록빛 희망이라고 초록빛 사랑이라고 초록빛 슬픔이라고 쓴다 새벽이 오면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3
<시> 연지비익 연지비익連枝比翼 - 애란愛蘭 洪 海 里 난을 사랑한다 함은 우주를 품어안음이니, 바위 깊이 수정 지주를 세우고 지상에 녹색 보석 궁전을 지어 반야의 길을 찾아 천리길을 나서네 푸른 잎술에서 나는 향그런 풍경소리 깊숙이서 차오르는 영혼의 노래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리움에 목이 젖으면 떼기러기 띄우고 해와 달 엮어 기인 목 뽑아 눈물 같은 향 피우네 천지간에 사무치는 한넋으로 돌아보는 세상은 늘 저만치 비켜서 있고 차가운 불길 가슴을 태워, 그리고 그리는 연지비익連枝比翼이여! *때도 없이 길고 긴 코로나 경보 전화도 지겹다. 밖에 장대빗소리 바라보다가 "동남루"(어효선 선생님 휘호) 난들과 특별히 실내 남창 볕이 가까운 곳에 관리하는 난들에 눈맞춤으로 보내는 시간이다. 아내는 먼 시선에 그런 사람을 뭐라 말은..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3
<시> 다짐 다짐 - 애란愛蘭 洪 海 里 적당히 게으르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오면 그게 아니고. 조금은 무심하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서면 그게 아니고. (시집『愛蘭』1998)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3
<詩> 난초꽃 한 송이 벌다 난초꽃 한 송이 벌다 - 愛蘭 홍해리(洪海里) 처서가 찾아왔습니다 그대가 반생을 비운 자리에 난초 꽃 한 송이 소리없이 날아와 가득히 피어납니다 많은 세월을 버리고 버린 물소리 고요 속에 소심素心 한 송 이 속살빛으로 속살대며 피어납니다 청산가리 한 덩이 가슴에 품고 밤새도록 달려간다 한들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3
<시> 지는 꽃을 보며 지는 꽃을 보며 - 愛蘭 홍해리(洪海里) 외롭지 않은 사람 어디 있다고 외롭다 외롭다고 울고 있느냐 서산에 해는 지고 밤이 밀려와 새들도 둥지 찾아 돌아가는데 가슴속 빈 자리를 채울 길 없어 지는 꽃 바라보며 홀로 섰느냐 외롭지 않은 사람 어디 있다고 외롭다 외롭다고 울고 있느냐. (시집『愛蘭』..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3
<시> 첨마 첨마 洪 海 里 이 풍진세상의 무량인연을 눈 뜨고 자는 깡마른 붕어가 설피창이 걸치고 홀로 가는 이 그 사람 등에 대고 삭이고 있네. (시집『투명한 슬픔』1996) * 첨마 : 풍경(wind bell)을 이르는 다른 말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3
<시> 난초 한 축 난초 한 촉 洪 海 里 두륜산 골짜기 金剛谷으로 난초 찾아 천리길 달려갔다가 雲仙庵에 하룻밤 몸을 포개니 기웃기웃 달빛이 창문을 때려 밖에 나와 숲속의 바람과 놀 때 잠 못 들던 사미니 내 귀를 잡네 물소리도 날아가다 엿보고 가고 蘭草꽃 깊은 골짝 암자 속에서 하늘 땅이 초록빛 독경을 하네.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3
<시> 투명한 슬픔 투명한 슬픔 홍해리(洪海里) 봄이 오면 남에게 보이는 일도 간지럽다 여윈 몸의 은빛 추억으로 피우는 바람 그 속에 깨어 있는 눈물의 애처로움이여 은백양나무 껍질 같은 햇살의 누런 욕망 땅이 웃는다 어눌하게 하늘도 따라 웃는다 버들강아지 솜털 종소리로 흐르는 세월 남쪽으로 어깨를 돌리고 투..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3
<시> 해당화 해당화 홍해리(洪海里) 그해 여름 산사에서 만난 쬐끄마한 계집애 귓불까지 빠알갛게 물든 계집애 절집 해우소 지붕 아래로 해는 뉘엿 떨어지고 헐떡이는 곡두만 어른거렸지 저녁바람이 조용한 절마당을 쓸고 있을 때 발갛게 물든 풍경소리 파 ·르·르·파·르·르 흩어지고 있었지 진흙 세상 속으로 환속하고 있었지. (시집『투명한 슬픔』1996)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