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561

제비꽃 필 때 / 정일남(시인)

제비꽃 필 때 洪 海 里 봄보다 먼저 오는 고요, 그 자체 제비는 오지 않아도 너는 피느니 안쓰럽고 작은 꽃, 네가 필 때면 웬 놈의 햇빛은 또 그리 밝아서 백주에도 천둥 울고 벼락 치는가 꺾지도 못하는 꽃, 짙은 보랏빛. * 시인의 집단 세계에도 남모르는 비밀들이 있다. 어떤 시인은 집필에 매달리기보다도 잡지사나 평론가, 그리고 신문사를 찾아다니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아예 외부와는 교제를 단절하고 칩거하며 좋은 시만 쓰려는데 집착하는 시인이 있다. 홍해리 시인은 후자에 속하는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우이동에서 살며 동인으로 활동했다. 임보 시인도 같은 동인이었다. 그것이 발전해서 전국적인 규모의 문예지《우리詩》로 변모했다. 이 잡지는 월간으로 매달 발간된다. 이 문예지의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너무..

약속 -치매행致梅行 · 23​ / 정일남(시인)

약속 -치매행致梅行 · 23​ 洪 海 里​ 언제 여행 한번 가자 해 놓고,​ 멋진 곳에 가 식사 한번 하자 해 놓고,​ 봄이면 꽃구경 한번 가자 해 놓고​ 지금은 북풍한설 섣달그믐 한밤입니다.​ ​ * 홍해리 시인의 아내는 불과 사오 년 전만 해도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한다. 집에서는 세 아이의 어머니며 시인인 남편의 뒷바라지를 했던 현모양처였다, 자식들 키워 며느리도 보고 손자 손녀도 커가는 행복한 집안이었다, 그래서 정년퇴직도 했다. 그동안 이루지 못 했던 여행도 하고 여유롭게 살 일만 남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건망증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기억력 감퇴에 실어증 증세까지 나타났다. 언젠가 홍해리 시인이 시..

인간사 모든 슬픔을 담은 시집, 『치매행致梅行』 / 조영임(중국 광서대 교수)

인간사 모든 슬픔을 담은 시집, 『치매행致梅行』 2016.08.03. 조영임(중국 광서대 교수) 번역보기 나는 직업이 교수이고 일 년 혹은 이년에 한 권 정도-그것이 번역책이든, 수필집이든- 책을 출간하다보니 이래저래 글을 쓴다는 작가로부터 저자가 사인 한 책을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

바람과 구멍의 변주곡 - 홍해리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 임채우(시인)

<해설> 바람과 구멍의 변주곡 ― 洪海里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임 채 우(시인) 1. 시인의 열아홉 번째 시집 제목은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이다. 이 시집을 당초 '우리詩'에서 기획출판 할 때 시집 제목을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시집이라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