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561

홍해리 시인 ‘손톱깎기-치매행·5’ / 서울문화투데이 2016. 3. 18.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詩] 홍해리 시인 ‘손톱깎기-치매행·5’ 2016년 03월 18일 (금) 22:03:48 공광규 시인 sctoday@hanmail.net ‘손톱깎기-치매행·5’ 홍해리 시인 맑고 조용한 겨울 날 오후 따스한 양지쪽에 나와 손톱을 깎습니다 슬며시 다가온 아내가 손을 내밉니다 손톱을 깎아 달라는 말은 못하고 그냥 손을 내밀고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겨우내 내 손톱만 열심히 잘라냈지 아내의 손을 들여다본 적이 없습니다 손곱도 없는데 휴지로 닦아내고 내민 가녀린 손가락마다 손톱이 제법 자랐습니다 손톱깎이의 날카로운 양날이 내는 금속성 똑, 똑! 소리와 함께 손톱이 잘려나갑니다 함께 산 지 마흔다섯 해 처음으로, 아내의 손을 잡고 손톱을 잘라줍니다 파르르 떠는 여린 손가락 씀벅씀벅, 눈..

「말문을 닫다 -치매행致梅行 ‧ 3」의 '존엄한 자율성'에 대하여 / 정병성(시인)

「감상문感想-門」 「말문을 닫다 -치매행致梅行 ‧ 3」의 '존엄한 자율성'에 대하여 정 병 성(시인) 말[言]의 문은 입[口]인데 말문을 닫으면 한 '一'자의 들판이 된다 말 떼가 푸른 들판에 뛰어놀아야 햇빛 더욱 맑고 하늘이 푸른 법 소나기 시원스레 쏟아지고 나면 무지개도 천상과 지..

[고창수 문화 읽기] 洪海里 시인 시집『치매행致梅行』을 읽고서

2015. 12. 1. / 폼 tv[고창수 문화 읽기] 洪海里 시인 시집『치매행致梅行』을 읽고서 [홍해리 시인의 시집『치매행』을 읽고서] 시를 피로 써야 한다는 철학자 니체의 말이 생각난다. 그 뜻을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아내가 치매에 걸려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에 남편이 쓰는 글이 그런 ..

<유진의 시가 있는 풍경> 모래꽃 / 洪海里 /경상매일신문 2015. 12. 10.

경상매일신문 2015. 12. 10. 모래꽃 - 치매행致梅行 · 148 洪 海 里 물새가 발가락으로 모래 위에 꽃을 그립니다 물새는 발이 손이라서 발로 꽃을 피웁니다 하릴없이 파도에 지고 마는 꽃이지마는 모래는 물새를 그려 꽃을 품고 하얗게 웁니다. 물새는 날아올라 지는 꽃을 노래합니다 꽃이 피었다 지는 간격이 한평생입니다 사람도 사랑도 물결 사이에서 놀다 갑니다 오늘도 모래꽃 한 송이 피워 올리다 갑니다. ▲ 시 읽기 꽃이 피었다 지는 간격이 한평생이며, 사람도 사랑도 물결 사이에서 놀다 간다고 말하는「모래꽃」은 홍해리 시인의 신간 시집「치매행致梅行」의 148번째 시 전문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를 곁에서 돌보며 쓴 시인의 간병기를 시인은 치매癡呆가 아니라 치매는 致梅. 매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썼다...

<시로 여는 수요일> 팔베개 / 서울경제 2015. 11. 11. / 반칠환(시인)

- 서울경제 2015. 11. 11.(수) 팔베개 - 치매행致梅行 · 65 洪 海 里 아기가 엄마 품에 파고들 듯이 아내가 옆으로 들어와 팔베개를 합니다 그냥 가만히 안고 있으면 따뜻한 슬픔의 어깨가 들썩이다 고요해집니다 깊은 한숨 소리 길게 뱉어내고 아내는 금방 곯아떨어지고 맙니다 마른 빨래처럼 구겨진 채 잠이 듭니다 꽃구름 곱게 피어날 일도 없고 무지개 뜰 일도 없습니다 나도 금세 잠 속으로 잠수하고 맙니다 생生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다 가벼워도 무거운 아내의 무게에 슬그머니 저린 팔을 빼내 베개를 고쳐 벱니다 * 솜베개, 나무베개, 보약베개 다 베어봤지만 세상 시름 잊게 하는 것은 오직 팔베개입니다. 당신 품에 들면 다 식은 슬픔조차 따뜻해져서 공연히 마른눈물 부비며 어깨를 들썩여도 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