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詩] 홍해리 시인 ‘손톱깎기-치매행·5’ 2016년 03월 18일 (금) 22:03:48 공광규 시인 sctoday@hanmail.net ‘손톱깎기-치매행·5’ 홍해리 시인 맑고 조용한 겨울 날 오후 따스한 양지쪽에 나와 손톱을 깎습니다 슬며시 다가온 아내가 손을 내밉니다 손톱을 깎아 달라는 말은 못하고 그냥 손을 내밀고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겨우내 내 손톱만 열심히 잘라냈지 아내의 손을 들여다본 적이 없습니다 손곱도 없는데 휴지로 닦아내고 내민 가녀린 손가락마다 손톱이 제법 자랐습니다 손톱깎이의 날카로운 양날이 내는 금속성 똑, 똑! 소리와 함께 손톱이 잘려나갑니다 함께 산 지 마흔다섯 해 처음으로, 아내의 손을 잡고 손톱을 잘라줍니다 파르르 떠는 여린 손가락 씀벅씀벅,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