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개 속에서 안개 속에서 - 수련원에서 홍해리(洪海里) 새벽은 안개의 광장이었어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사직공원을 도는 구보시간 나뭇잎은 밤사이 더 많이 떨어져 있고 아직도 우수수 우수수 내리는 소리 인왕산에서 온 바람에 밀려 눈썹달도 사라지고 있었어 매동국민학교 운동장에 모여 이슬이 내린 흙을 밟..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8
<시> 다시 통일촌에서 다시 통일촌에서 홍해리(洪海里) 한낮에 반짝이는 강물 위로 떠돌던 영혼들의 두런거림 한 세대가 바람소리에 씻겨 허옇게 바랜 갈대꽃이 피었다 펄럭이던 청춘의 불꽃 밤마다 통곡으로 지새이다 산빛으로 물빛으로 닦인 눈물을 한 다발씩 하늘에 날리고 있느니. 불길이 타오르던 허리께 주변 살점과..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8
<시> 노상에서 기다리기 노상에서 기다리기 홍해리(洪海里) 육체를 쫓겨난 영혼들이 노상에서 떨고 있었다 인파와 윤파의 해일과 더 많은 전차가 귓속으로 달려갔지만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았다 발가벗은 몸뚱어리를 들어내고 회색빛 하늘 아래 서 있으면 별들의 목이 잘려나가고 의자 부서지는 소리가 눈에 훤히 보였다 밤..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8
<시> 牛耳洞에서 우이동에서 洪 海 里 떨리는 손을 모아 어둠 속에서 신부의 옷을 벗기우듯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인수봉과 백운대에 걸친 안개옷을 걷어올리는 하느님의 커다란 손이 보인다 비가 개면 푸르른 솔밭 위로 드디어 드러나는 허연 허벅지 백운대의 속살 젖을 대로 다 젖은 떨리..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