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별곡 別曲별곡 홍해리(洪海里) 아버지를 산에 모시고 돌아오는 길 눈이 하얗게 깔렸다. 산새들은 마을로 내려오는데 아버지는 혼자서 산에 계셨다. 온 세상이 은빛 일색 갈길은 막막했다.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월암 月庵월암 홍해리(洪海里) 「만나고 헤어지는 물가에」서서 바람에 나부끼는 짧은 혓바닥 귓속으로 흘러드는 진홍의 별빛 말씀은 천의 영원으로 떨어지고 별들은 저저마다 반짝이느니 만나고 헤어짐은 바람과 별빛 귓속으로 흘러가는 저 물소리여.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속수무책 속수무책 홍해리(洪海里) 소쩍새가 울던 밤은 짧았다 어둠속에 서서 솔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보이는 것은 소쩍새 울음 뿐 혓바닥 쩍쩍 갈라져 강물 흐르고 바늘 천 개 바람 모두어 두고 입술 다 태워 순은으로 빛났거니 온 산에 진달래꽃 흐드러지면 초록빛을 내어뿜는 새벽녘 한 사발의 냉수 그 위로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산 산 홍해리(洪海里) 눈물도 마른 겨울은 눈물도 없이 잠 못드는 한밤을 한 잠도 없이 기다리며 죽지 않고 사는 이들을 겨울山에 가서 보네. 대판하고 돌아온 허기진 바람 눈부시게 빛나는 햇빛, 향긋한 흙의 영원한 평화를 봄의 山에 가서 보네. 완전한 사랑을 위하여 뜨거운 자유를 위하여 한 알 밀알로..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진주 眞珠진주 홍해리(洪海里) 罪없는 풀잎의 목만 날리고 보이지 않는 먼 곳을 바라본다 달 뜨면 달빛에 젖어 공연히 서러운 듯 가슴만 무겁게 울렁거리고 말 한마디 입술을 뱅뱅 돌다 쓸쓸한 영혼의 비인 자리 그냥 와 박혀버린 사랑이란 돌멩이 하나.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종점 부근 종점 부근 홍해리(洪海里) 종점에 가까와질수록 차내엔 운전기사와 안내양 그리고 텅빈 공간의 쓸쓸함 불빛은 뒤로 뒤로 물러나고 서울의 변두리로 밀려나면서 어둠에 잠긴 낯익은 숲과 그 속에서 우는 소쩍새의 울음소리 소나무 바람소리를 귀로 맞으면 이방인처러 헤매이던 한낮의 거리 귀 아프던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안면도에서 안면도에서 홍해리(洪海里) 안면도 승언리 뒷산 기슭의 보리밭 김매는 여인네들 가랭이 사이 초록빛 물결이 일어서고 있었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이랑 이랑마다 파도를 타는 아지랑이 달빛이 와 뒹굴던 바다, 바다의 보드라운 가슴 고무신 코와 속옷 진달래도 망울지고 맨몸으로 내리는 정오의 햇빛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불면증 불면증 홍해리(洪海里) 안빗장 바깥빗장 다 지르고 맘 놓고 깊은 잠 청해보아도 불면으로 쌓이는 불면의 아픔 무겁게 짓누르는 한겨울의 병 밤새도록 쿨럭이며 지새일 때 허연 불빛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투명한 알코홀의 유리잔 속에서 빛나던 사랑의 불빛과 우리의 거대한 슬픔도 이제 겨우 25도의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만공 만공滿空 洪 海 里 실오라기 한 가닥 걸치쟎아도 부끄럽지 않아라 당당한 알몸 다갈색 바람 짙은 침묵 묵화를 치고 있는 저녁 하늘 여름내 앓던 울음속에 눈을 뜨는 새벽녘 껍질을 다 벗어 더 벗을 것 없는 알몸으로 일어서는 빛 빛나는 저 이슬 속의 들녘 투명한 충만. - 시집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민성사)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통일촌에서 통일촌에서 홍해리(洪海里) 하늘에 뜬 임진강변 갈대꽃 여기저기 머리를 풀고 서서 소리없는 통곡을 꺾고 있었다 누렇게 익은 들녘의 땀과 피 한 알 한 알 거두는 농부들의 손 햇살은 무더기로 내려 쌓이고 메뚜기 미꾸라지 모두 사라진 논둑과 봇도랑가 들놓고 서면 절로 익은 풀씨는 저 홀로 지고 있..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