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자 여자 홍해리(洪海里) 빛나는 살과 뼈로 지은 영원한 대지 깊디 깊은 꿈을 가는 하느님의 쟁기질 소리 끊임없이 들리고 햇빛 밝으니 무슨 죄된 일 있으랴 불꽃으로 일어서는 복숭아씨 그대의 비밀. (1980)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등(藤) 藤등 홍해리(洪海里) 5월의 가슴을 열면 눈과 마음은 멀었어도 보랏빛 등을 달고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 들린다 환호와 박수소리 쏟아져 내리고 황홀한 번개 침묵의 벼락 가랭이 사이 감추었던 화약으로 몽유병자의 환상을 무너뜨린다 생명을 살찌우는 죽음의 잠이 마음의 고갈을 적시면서 검은 빛으..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바늘과 바람 바늘과 바람 洪 海 里 내게 허공이 생길 때마다 아내는 나의 빈 자리를 용케도 찾아내어 그 자리마다 바늘을 하나씩 박아 놓습니다 한 개 한 개의 바늘이 천이 되고 만이 되어 가슴에 와 박힐 때마다 나는 신음으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서 비인 들판을 달려 갑 니다 동양의 모든 고뇌는 다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용담꽃 용담꽃 홍해리(洪海里) 비어 있는 마당으로 홀로 내리는 가을볕 같이 먼저 간 이를 땅에 묻고 돌아와 바라보는 하늘빛 같이 이냥 서럽고 쓸쓸한 이 가을의 서정 슬픔도 슬픔으로 되돌아가고 아아 비어 있는 마음 한 자락 홀로 가득하다.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첫여름 첫여름 홍해리(洪海里) 비가 내리고 드디어 비가 내리고 나에게 여름이 왔다. 봄은 봄대로 꽃이 피었으나 나는 향기로운 꽃의 둘레 그 머얼리서 서성이고 있었다. 젖은 골목을 찾아 젖은 꿈의 뒷길로 가는 어귀에서 식은 땀을 떨구며 헤매고 있었다. 더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여러 갈래로 난 길목에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사치 사치 홍해리(洪海里) 홀로 너의 어둠을 적시는 나의 비 바람은 불어 내 전신을 태우고 네게 닿지 못하는 나의 손 가느다란 한 개의 저무는 풀잎이다.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목포에서 진도까지 목포에서 진도까지 홍해리(洪海里) 줄줄이 일어서는 파돗속으로 눈발은 하염없이 내려꽂히고 뱃전에 펄럭이는 갈매기 날개 막막한 수평선으로 막막히 나아가는 배 바다의 은빛 사타구니 시퍼런 털 하늘 벌겋도록 허공중에 살 섞으며 지나가는 섬벼랑 바위 사이로 바람과 파도로 하염없는 꿈을 엮느..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겨울밤의 꿈 겨울밤의 꿈 홍해리(洪海里) 而立里 지나 不惑峯에 올라도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고 숲도 눈에 띄이지 않느니 눈이면 다 눈으로 알다 오늘은 온 세상이 칠흑빛 이제야 눈이 트이는 것인지 솔바늘 사이를 가는 헝클린 바람의 투명한 날개 가슴속엔 순진무구의 아이가 살아 그 빛나는 눈빛으로 바람 찬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추동에서 楸洞에서 홍해리(洪海里) 백주에 쏟아지는 햇살 징징징 우는 자갈밭 늘어진 호박잎의 아우성 자지러진 매미소리 가래나무 아래 소학교 아이들의 검정 고무신 피라미 몇 마리 둘러봐야 산, 산, 산 바람 한 점 오지 않는 마을로 갑자기 내려꽂히는 빗줄기 펄럭이는 남근 고추밭엔 벌써 약이 오르고 비에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8
<시> 서울역 광장에서 서울역 광장에 서서 - 김석규에게 홍해리(洪海里) 어둠이 800만의 눈썹을 찍어눌러도 홀로 살아나서 움직이는 곳 밤으로 떠나가는 시인을 보내면서 수없이 손을 흔들어도 하늘의 별은 그대로 반짝일 뿐 고향의 흙내음도 바람소리도 다 사라져간 광장에 서서 벽시계를 혼자서 바라보면 모두들 어디론가..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