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시인의 집 <세란헌洗蘭軒>

사랑 洪 海 里 네 앞에 서면 물컵에 떨어진 한 알 아스피린처럼 내가 있다 내가 없다. _ 시집『은자의 북』(1992)

指環지환 홍해리(洪海里) 영원이란 살아 있는 이의 꿈, 약속은 영원 속 일순의 꽃.

지는 꽃 홍해리(洪海里) 오늘은 나도 쓸쓸히 너도 쓸쓸하게 서로를 방생하고 있다 내 추억의 강으로 네 사랑의 바다로 안개그리움이 뿌옇게 뿌옇게 눈에 어리고 드디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가슴 가끔 낙뢰가 울어 한 생애를 일깨우지만 낭자한 꽃이파리 … 물 위에 뜨다.

입술피리 홍해리(洪海里) 경상북도 안동골 김원길 시인 입술로 새를 접어 날리고 있네 포롱포롱 날더니 하늘가 앉아 반짝반짝 떠도는 별이 뜨누나 별 점점 선을 긋고 달빛 산산 깨어지고 술잔바다 파도 일어 찰랑이노니 그 새 떼 날아와 목 축이고 날개 씻고 혓바닥 입술마다 춤을 추는 피리소리.

산벽에 마주앉아 먼지 알갱이 하나 쪼개고 쪼갠 다음 그 속에 집채만한 굴 하나 파고 겨우내 들어앉아 면벽, 면벽하노니 천지가 몸 속으로 들어와 하나 되누나.

바람 홍해리(洪海里) 여름은 금치산자의 계절 사랑도 금치산 천형 같은 내연 만신창이 어질머리.

은자의 북 홍해리(洪海里) 나의 詩는 북, 은자의 북이다 삶의 빛과 향으로 엮는 생명의 속삭임과 격랑으로 우는, 북한산 물소리에 눈을 씻고 새소리로 귀를 채워 바람소리, 흙냄새로 마음 울리는 나의 시는 북이다, 隱者의 북. - 시집『은자의 북』(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