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림지 빙어를 위하여 의림지 빙어를 위하여 홍해리(洪海里) 호수는 아직도 꽝꽝 잠들어 있고 사내들은 벌써 그물을 던지고 무참히 끌려나온 예쁘고 앙징스런 몸뚱어리 내장까지 내비치는 몸뚱어리 약육강식의 순교를 위한 잠시 동안의 친교 산 자와 산 놈이 상피 붙는다 처절하게 처절하게 매미옷의 몸뚱어리 바르르 바르..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2
<시> 소심 개화 素心 開花 洪 海 里 한가을 둥근달 맑은 빛살로 바느질 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밤 도와 마름하여 첫날밤 지샌 새댁 정화수 앞에 놓고 두 손 모으다 바람도 자는데 바르르 떠는 하늘빛 고운 울음 영원 같은 거 엷은 고요 무봉천의 한 자락 홀로 맑은 지상의 한뼘 자리 젖빛 향기 속 선녀 하..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1
<시> 세이천 洗耳泉세이천 洪 海 里 새벽이면 새들이 날아와 귀를 씻고 한낮이면 하늘이 내려와 귀를 씻는다 남들 잠든 밤이면 나무들이 모여서 귀를 씻고 사이사이 사람들이 올라와 귀를 씻는다 씻는다 하지만 그들이 씻는 것은 귀가 아니라 귀의 껍질일 뿐 그것을 보고 새들이 웃는다 나무와 하늘..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1
<시> 섣달그믐 섣달그믐 洪 海 里 뒤돌아보면텅텅 비어 있을 뿐 … 있어야 할 자리있어야 할 사람보이지 않고눈이 뿌린다 망망대해외진 초소 하나등불 켜들고낯선 거리 낯선 사람들 사이말뚝처럼 내가 서 있다 안개가 울고별이 하나 둘 떨어지고한번도 본 적이 없는 바람바람만귀를 때리며 지나친다. - 시집『은자의 북』(1992)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1
<시> 난초 이파리 난초 이파리 홍해리(洪海里) 부러질 듯 나부끼는 가는 허리에 천년 세월이 안개인 듯 감기고 있는 듯 없는 듯 번져 오는 초록빛 황홀 해 뜨고 달 지는 일 하염없어라.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1
<시> 팔베개 노래 - 예슬에게 팔베개 노래 - 예슬에게 홍해리(洪海里) 예슬아! 이름 한번 불러주고 자장가 한 마디면 너는 꿈나라 공주 요정들의 노랫소리 천사의 춤. 옛이야기 문을 열면 얼굴에 피는 복사꽃 연분홍 잔잔한 호수 돛단배 한 척.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1
<시> 치자꽃 뻐꾸기 치자꽃 뻐꾸기 홍해리(洪海里) 마당가 치자꽃 벌자 뒷산 뻐꾸기 내려와 꽃 속에 들어 신방차리네 빨간 혓바닥으로 꽃잎을 쓰다듬자 젖빛 꽃은 바르르 떨며 깜빡 죽고 농염한 몸짓으로 발기한 뻐꾸기 울음을 덮는 치자꽃 은은한 독한 향기 동가식 서가숙하는 뻐꾸기 한 마리 가슴에 품고 치자꽃은 해질..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1
<시> 피리소리 피리소리 홍해리(洪海里) 아쉽고 그리워라 어릴 적 피리소리 끊 ·길 ·듯 ·끊 ·어 ·질 ·듯 이 - 어 - 지 - 는 - 가 천 마디 만 마디 말 소리 하나로 구멍마다 피가 돌아 윤이 나는데 물소리 바람소리 모두 모아서 강물을 잠재우고 대숲 재우고 달빛바다 올올 엮어 아른아른 피리소리 기러기 기러기 ..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1
<시> 풀꽃 한 채 풀꽃 한 채 홍해리(洪海里) 겨우내 설계하고 봄이 오자 지상에 집 한 채 세우는구나 꽃등 곱게 밝히고 「채근담」을 펼치다 담담하니 홀로 여는 손이 흙으로 바람으로 물로 빚은 빛을 내품고 있네 옆에서는 산새들이 지절대고 하늘엔 무심한 구름장 날다.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1
<시> 겨울詩 겨울 詩 洪 海 里 죽을 줄 모르고 살던 꿈같은 시절도 이제 낙엽이 쓸고 간 산하 눈이 내리고... 해 지고 달 오르면 다시 접는 마음 자락 어둠만 겹겹이 차 이름 하나 지우다 * 지난 10월 6일 종각역 부근의 파노라마 뷔페에서 있었던 <우리詩> 문학 행사장에서 홍해리 시인을 만났다. 그..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