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好好 호호好好 홍 해 리 도화 도화, 좋아, 좋아! 저 연분홍 누각 속에는 벌써, 물큰한 엉덩이 눈이 반쯤 감겼다 가슴츠레하다 이 환한 봄날 대낮 무작정 낙하하는 첫날밤 신부의 속옷 낙화, 낙화, 나무 아랜 사내들이 술잔 위로 눈이 풀리고 잔과 잔 사이 사뿐사뿐 내려앉는 속수무책의 저 입술..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지심도只心島 지심도只心島 洪 海 里 저 흐드러진 꽃 다 지고 나면 가슴속 기슭마다 산사태 나겠네 어이 둥둥 떠서 어디로 흘러갈거나 행탁 하나 달랑 메고 길 떠나고 싶네. 마음속 지대방을 나서면 천지가 내 것 가지 못하고 마음만, 마음만, 할 양이면 뜻밖에 만나는 풍경 밖으로 뜬금으로 값해 주고 한없이 가리 지심도, 只心島를 찾아서! - 시집『황금감옥』(2008, 우리글) * http://blog.daum.net/hong1852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안개꽃 안개꽃 홍 해 리 사람들 앞에서는 주인공은커녕 배경밖에 되지 못하고 장미 고년 상 받을 때 박수나 치는 들러리일 뿐이지만 무리 지어 서면 은하수로 반짝이는 나도 한 송이 별이 된다.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우주 우주 홍 해 리 1 뻐꾸기는 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놓고, 황조롱이는 까치집을 빼앗아 새끼를 친다. 2 사글세도 안 내고 사는 세상 새벽 이른 시각 매화나무에 직박구리 손님이 오셨다 지비지비! 지비지비! 왜 ‘집이, 집이!’로 들리는지, 집세 내고 살라는 듯 한참 울다 가셨다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달맞이꽃 달맞이꽃 洪 海 里 모자 벗어 전봇대에 걸어 놓고 고꾸라져 곯아떨어지던, 때로는 막차에 올라 신발 벗고 나이 든 손님마다 큰절을 하던, 어김없이 대문 앞에 흥건히 오줌을 쏘던 시퍼런 사내, 밤마다 기다리던 사람 죽어서도 못 미더워 애기 업고 길가에 나와 서 있는 노오란 달빛!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시> 저승 저승 · 1 洪 海 里 그곳이 좋긴 좋은가 봐 가지 않는 사람 하나 없는 걸 보면, 가 본 사람 아무도 없지만 간 사람 되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 저승 · 2 洪 海 里 아버지 가시고 어머니도 가시고 얼마나 좋은 곳이면, 자식들에게 소식 한 자 없으실까 얼마나 편한 곳이면. - 시..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洪 海 里 ‘사랑밖에 난 몰라~~~’ 심수봉이 울고 있다 사랑을 안다는 말인지 모른다는 것인지 사랑 밖에 무엇이 있는가 사랑에 앉아 내다봐도 사랑은 보이지 않고 토란잎 옆자리 호박꽃이 피었다 길이 끊겨 꺽정이놈 같은 호박벌은 오지도 않고 잔술집 나이 든 주모 애호박전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시> 보지寶池를 보다 보지寶池를 보다 洪 海 里 관곡官谷이란 곳에 보지寶池가 있다 끝없이 너른 연못이 연蓮으로 덮여 있는데 하루 종일 돌아도 끝이 없다 흔한 홍련紅蓮 백련白蓮만이 아니라 온갖 크고 작은 갖가지 연꽃이 다 있다 마른 우뢰가 이따금 멀리서 우는 한낮 문을 활짝 열고 있는 집집마다 금은..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시> 찔레꽃에게 찔레꽃에게 洪 海 里 찔레꽃 피었다고 저만 아플까 등으로 원망하고 어깨로 울며 가더니 가슴에 눈물로 물거품 지어 물너울 치며 오는구나 슬픈 향기 자옥자옥 섭섭하다고 그리움은 그렁그렁 매달리는데 꽃숭어리 흔들린들 지기야 하겠느냐 푸른 잎 사이사이 날카로운 가시여 그게 어찌 네 속마음이..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배 지나간 자리 배 지나간 자리 홍 해 리 배 지나간 자리란 말이 있고 죽 떠먹은 자리란 말도 있긴 하지만 배가 지나가고 나면 물이 일어서며 아우성치는 소리 눈으로 들어본 적 있는가 헤어지면 죽고 못 살 것만 같지, 허나 허연 물거품은 시간 속으로 스러지고 바다는 언제 그랬더냐고 웃고만 있지 너를..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