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재도晩才島 · 2 만재도晩才島 · 2 - 거북다리 홍 해 리 고향 떠난 사람들이 가장 맛있다고 찾는다는 그곳 말로 보찰이나 거북손이라고 하는 거북다리 몸속에 바다가 들어 있다 한입 물면 입안에서 바다가 터져 나와 파돗소리를 내는 석회질 손과 말랑한 살 두 손으로 잡고 살짝 꺾어 맛살을 입에 물고 한..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만재도晩才島 · 1 만재도晩才島·1 홍 해 리 낮이면 하늘은 어느새 속을 비워 쪽빛을 풀어내고 바다는 그를 따라 제 몸의 빛깔을 뿜어내고 있었다 밤이 되자 쏟아질 듯 펼쳐져 있는 은하수 이따금 별이 하나씩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쪽빛 바다가 떨어진 별떨기를 챙기고 싱싱한 수평선 한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다리 다리 홍 해 리 한 생이 저무는 늦가을 다리를 끌며 다리를 건너는 이 지고 가는 짐이 얼마나 무거울까 다리 아래서 주워왔다는 서럽고 분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 다리를 건너가는 이는 알까 다리 아래 넘실대는 푸른 물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허방다리에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아내의 여자 아내의 여자 홍 해 리 일요일 늦은 오후 아내가 거울 앞에 앉아 있다 할머니가 되었어도 할머니 소리 듣기 싫다고 대책 없이 출현하는 점령군들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새치라면 가려서 뽑기나 하지 여기저기 무작정 튀어나오는 게릴라, 게릴라들과 속수무책의 전투 한판 단정히 앉아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빈들 빈 들 홍 해 리 가을걷이 끝나고 눈 시린 하늘 아래 빈 들에 서면, 빈들 빈들, 놀던 일 부끄러워라 빈 들만큼, 빈 만큼 부끄러워라 이삭이나 주우러 나갈까 하는 마음 한 켠으로 떼 지어 내려앉는 철새 떼 조물조물 주물러 놓은 조물주의 수작秀作들!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동짓달 보름달 동짓달 보름달 洪 海 里 누가 빨아댔는지 입술이 얼얼하겠다 빨랫줄에 달빛이 하얗게 널려 바지랑대가 빨랫줄을 팽팽히 떠받치고 있다 꼿꼿하다 화살이다 새파랗게 질린 하늘로 시위가 푸르르 떨고 보름보름 부풀더니 푸른 기운을 저 혼자 울컥울컥 토해내는 달 저 하늘에 시위나겠다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풍경風磬 풍경風磬 홍 해 리 밤새도록 잠들지 말라고 잠들면 그만이라고 또록또록 눈뜨고 있는 하늘물고기의 초록빛 종소리 매화나무 가지마다 꽃눈을 달아 준다고 삼복염천 빗발 사이 뛰어다니더니 눈 오는 날 눈발 사이로 날아다니는 투명한 종소리 말씀의 칼 하나 번쩍이며 봄이 머지않다고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참꽃여자 · 6 참꽃여자 · 6 홍 해 리 산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파르르파르르, 떠는 불같은 사랑 물 같은 사람 그리움은 또 어디로 흘러갈 것이냐 수줍고 수줍어라, 그 女子. 꽃잎과 어루는 햇살도 연분홍 물이 들어 묻노니 네게도 머물고픈 물빛 시절이 있었더냐 울지 말아라, 울지 말아라 파란 혓..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시> 해 질 녘 해 질 녘 洪 海 里 꽃들이 만들어내는 그늘이 팽팽하다 서늘한 그늘에서도 어쩌자고 몸뚱어리는 자꾸 달뜨는가 꽃 한 송이 피울 때마다 나무는 독배를 드는데 달거리하듯 내비치는 그리운 심사 사는 일이 밀물이고 썰물이 아니던가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세상 하늘과 땅 다를 것이 무엇인..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
청원淸原, 내 고향 청원淸原, 내 고향 洪 海 里 바다가 없는 충청북도 한가운데 청주를 알로 품고 있는 푸른 자궁인 청원, 내 고향 언덕의 맑은 들바람은 늘 바다가 그리웠나니 그리운 마음 푸른 하늘에 띄우고 영혼의 그늘 찾아 꿈으로 가는 길 허공처럼 멀고 하염없어도 마음은 비단길이니 누가 막으랴 세.. 시집『황금감옥』2008 200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