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를 하며 벌초를 하며 洪 海 里 아버지 어머니는 풀벌레를 기르고 계셨다두 분 누워 계신 풀집의 풀들을 베어내자귀뚜라미 여치 메뚜기 방아깨비 베짱이여기저기 펄쩍펄쩍 뛰며 항의하고 있었다두 분 가실 때 나나 아우들의 모습이었다기다려다오! 푸른 풀이 다시 돋아날 때를달빛이 온 세상을 가득 채워줄 한가위면온갖 열매 둥글게 영글어 향기로운 저녁녘너희들을 다시 불러 모아 음악회를 열리니기다려다오! 우주의 악사인 풀벌레들이여! (2003. 8. 27.)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보물선을 찾아서 보물선을 찾아서 홍 해 리 꽃밭에서 온 바람은 흔들리고 있었다 얼마를 쉬임없이 흔들리다가 비누방울 속 금빛 고독의 황홀감으로 곤한 적막을 찾아서 바람은 비단길을 달리고 있었다 아름다움은 순간에 정지한다는 것을 찰나를 잡으려면 눈을 감아야 한다는 것을 심연에 다다르기 위해..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누드 12 홍 해 리 오늘은 네 머리에서 칠흑의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다 떨어지는 물길 따라 별이 끝없이 반짝인다 폭포도 죽으면 한 점 적멸이듯 너는 오늘 천년의 침묵 무한 영원의 세계를 사는 입을 다문 바위가 된다 너를 들어올리는 고독한 역사의 작은 손들 백지 위에..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눈독들이지 마라 눈독들이지 마라 - 누드 · 4 洪 海 里 휴화산인 나는, 살아 있는 지뢰, 움직이는 지뢰밭이다 눈독들이지 마라 눈물 날라 나도 폭발하고 싶다 언젠가는. - 시집『황금감옥』(2008)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오동꽃은 지면서 비를 부른다 오동꽃은 지면서 비를 부른다 洪 海 里 온몸에 오소소 돋아 있는 반짝이는 작은 털 더듬이 삼아 오동꽃 통째로 낙하하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아주 연한 보랏빛으로, 시나브로 동백꽃 지듯 툭! 툭! 지고 있다 처음으로 너를 주워 드니 끈끈한 그리움이 손을 잡는다 무작정 추락하는 네 마지..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시집 <황금감옥> 출간 [새로나온 책] 문학 ◇ 황금감옥 홍해리 지음 (우리글)= 시인 홍해리 씨의 새 시집. 삶의 단상을 잔잔한 시어로 풀어낸 시 80여 편이 묶였다. 매화나무, 복사꽃, 겨울비 소리, 보름달 등 자연에서 포착한 시상들. 6000원. 동아일보 2008. 4. 12.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