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복사꽃 그늘에서 * 복사꽃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복사꽃 그늘에서 洪 海 里 돌아서서 새실새실 웃기만 하던 계집애 여린 봄날을 후리러 언제 집을 뛰쳐나왔는지 바람도 그물에 와 걸리고 마는 대낮 연분홍 맨몸으로 팔락이고 있네. 신산한 적막강산 어지러운 꿈자리 노곤히 잠드는 꿈속에 길이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비익조 날다 비익조比翼鳥, 날다 洪 海 里 물 나간 갯벌 같은 병실에서 끼룩 끼이룩 끼룩 끼이룩 날이 들기를 기다리며 거동 못하는 남편의 수발을 드는 'ㄱ'자가 다 된 낡은 버커리 장성한 자식들 삐끔빼꼼 들렀다 가고 바퀴의자에 거푸집처럼 달라붙어 온종일 종종대며 맴돌고 있는 결국엔 가시버시..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안개를 말하다 안개를 말하다 洪 海 里 점령군인, 아니 빨치산 대장의 정부인 그 女子 벙어리장갑처럼 배가 부른 그 女子 오리를 품고 오리를 가도 오리를 잡지 못하고 오리무중이 되는 그 女子 시도때도없이 정분이 나 슬슬슬 살 비비며 비단치마 걷어올리는 속수무책인 그 女子 고무풍선인 그 女子 지..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요요 요요 홍 해 리 좋은 것 같아요! 슬픈 것 같아요! 뜨거운 것 같아요! 배고픈 것 같아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사랑하는 것 같아요! 맛있는 것 같아요! 그래 그래 '같아요!' '같아요!' '요, 요' 하다 보면 요요搖搖하다 요요姚姚하고 요요夭夭한 소녀들 '요, 요!' 하며 요요yoyo를 가지고 노는 걸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추금 추금秋琴 洪 海 里 가을 저녁, 풀과 벌레들이 한데 어울려 스스로 하나의 악기가 됩니다 벌레들은 풀잎처럼 소리를 푸르게 세우고 풀잎은 벌레소리에 맞춰 피리를 불어 풀벌레소리를 엮으면 싸목싸목 들르던 초저녁 어스름 여린 달빛 백중사리로 한밤의 문턱을 넘어옵니다 팽팽한 줄이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벌건 대낮 벌건 대낮 홍 해 리 어제는 대서大暑 내일은 중복中伏 길가의 돌도 절로 크고 염소뿔도 녹아내리는 대서와 중복 사이 천지에 부끄러울 것 없고 창피할 것 하나 없어 훌훌 다 벗어제친 대낮 무더위가 가랑이를 쩍 벌리고 누워버렸다 물집에서 금방 나온 붕어 떼 입을 딱딱 벌리고 파닥이고..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흔적 흔적痕跡 홍 해 리 너에게 상처를 주고 만 일 후회란 져 버린 꽃잎이거니 유수 청산에 흠만 내네 입술 준 찔레꽃 하얀 한숨소리 여물지 않는 마음은 어쩌나 마음먹고 청정도량 돌고 돌아도 마음 한 자락 다스리지 못하니 복장만 터지네 누가 복장을 지른다고 삶의 먼지만 자꾸 쌓여서 차..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삼각산 삼각산三角山 洪 海 里 5월의 화산華山은 백운白雲의 돛을 달고, 인수仁壽의 노를 젓는 만경萬景의 바다. 연둣빛 꽃으로 장식한 초록빛 풍류---, 화엄華嚴의 우주를 유영하는 거대한 범선 한 척.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연연然然 연연然然 홍 해 리 봄이 왔다고 발기하는 물의 뼈 하늘과 땅으로 짤똑짤똑 오는 찔레꽃 향기 바싹바싹 마르는 입안 환하게 타는 입술 바람 탓, 바람 탓이라고 잠깬 봄비의 욕망덩어리 어둡고 추운 기억을 안고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 망각으로 가는 세월 배시시 웃는 연둣빛 새순 천사와 ..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
장醬을 읽다 장醬을 읽다 洪 海 里 그녀는 온몸이 자궁이다 정월에 잉태한 자식 소금물 양수에 품고 장독대 한가운데 자릴 잡으면 늘 그 자리 그대로일 뿐---, 볕 좋은 한낮 해를 만나 사랑을 익히고 삶의 갈피마다 반짝이는 기쁨을 위해 청솔 홍옥의 금빛 관을 두른 채 정성 다해 몸 관리를 하면 인내의 고통이 있어.. 시집『황금감옥』2008 2008.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