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초롱 금강초롱♤ 꽃을 보면 이따금 떠오르는 시가 있다. 꽃시를 읽으면 갑자기 꽃이 보고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 금강초롱꽃을 보니 홍해리 시 「금강초롱」이 생각난다. 꽃이 쓴 시일까, 시가 피운 꽃일까, 마치 금강경을 읽는 듯해 감히 시말을 쓸 수가 없다. 시를 읽고 꽃사진을 보며 곰곰히 생각하니 초롱초롱 내 속에도 꽃필까. - 임교선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2024. 09. 22.) 시화 및 영상詩 2024.09.22
백로白露 백로白露 洪 海 里 백로白鷺가 풀잎마다 알을 낳았다반짝 햇살에 알도 반짝! 알 속에 하늘과 바다가 하나다 너무 맑아그리움이나 사랑 그런 게 없다 은은한 인생! 봄을 낳고 여름을 품은 알이 얹힌 풀잎에 백로白鷺가 백로白露로앉기까지 밤낮을 굴린 결정, 이 작은 물방울에 하늘 바다 하나라니. 시인도 백로白鷺도 산란의 시기는 다를 것. 포란의 계절 건너면그리움도 사랑도 다 걸러져 이렇게 맑게 맺힌 이슬에는 무엇을담을까. - 금강. 꽃·새·섬·그림·여행·음식 2021.09.07
임교선 시인의 페북 Note ㅡㅡㅡㅡㅡㅡㅡ 여행 말미에 책소개 한번 해본다. 누구나 여행을 하면 배낭에 책 한 권은 꽂아두고 다니는데 나는 홍해리의 를 동경 5일, 뉴욕 10일, 보름간 벼락 맞을 이 봄날에 지니고 다녔다. 여행 중 차를 마시거나 잠에 들기 전 몇 줄 시에 노독을 풀고 외로움도 달랜다. 그 뉘의 처녀치마 안에 든 것처럼 시는 안온하고 달콤하다. 의 시를 읽으면 시 안으로 한없이 빠져들어 내 안의 실핏줄은 시류의 강이 흐른다. 먼 여행지의 고삐 풀린 망아지는 시의 치마자락 안에서 달콤한 꿈에 든다. 박하사탕 같은 달콤한 시들, 여행지에서는 딱이다. 벼락맞을 봄이다. - 『봄, 벼락치다』 (2006, 도서출판 우리글). 2018. 4. 30. - 임교선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 시론 ·평론·시감상 2021.06.28
해당화 해당화 洪 海 里 그해 여름 산사에서 만난 쬐끄마한 계집애귓불까지 빠알갛게 물든 계집애절집 해우소 지붕 아래로해는 뉘엿 떨어지고헐떡이는 곡두만 어른거렸지저녁바람이조용한 절마당을 쓸고 있을 때발갛게 물든 풍경소리파·르·르·파·르·르 흩어지고 있었지진흙 세상 속으로 환속하고 있었지. - 시집『투명한 슬픔』(1996) * 사랑은 어쩌면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시 속으로 흐르는 음악. 우주 만물의 지음과 돌아섬은 물결에 따라 이루어지는 소리의 향연. 그 소리의 향을 따라가다 보면 해당화는 분명 쬐끄마한 계집애다. 단 한 번도 해당화를 실물로 대하진 못했지만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해당화가 눈 안에 선연하다. 색은 발갛고 꽃잎은 얇아서 “파·르·르 파·르·르” 흩어지는 바람을 닮았겠다..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8
하동 여정河東餘情 / 임교선, 금강 하동여정河東餘情 洪 海 里 보리누름 지나고 모내기 마치면 섬진강 끌고 노는 버들전어 떼 물위로 반짝, 반짝, 몸을 던지지 색시비 내리는 날 배를 띄우고 무람없는 악동들 물치마 열면 사내들의 몸에선 밤꽃이 솟네. - 시집『독종』(2012, 북인) * 짧고도 명명창창한 이 서경을 무엇으로 표.. 시론 ·평론·시감상 2018.05.22
<감상> 하동여정河東餘情 / 임교선(시인) 하동여정河東餘情 洪 海 里 보리누름 지나고 모내기 마치면 섬진강 끌고 노는 버들전어 떼 물위로 반짝, 반짝, 몸을 던지지 색시비 내리는 날 배를 띄우고 무람없는 악동들 물치마 열면 사내들의 몸에선 밤꽃이 솟네. - 시집『독종』(2012, 북인) * 짧고도 명명창창한 이 서경을 무엇으로 표.. 시론 ·평론·시감상 2017.05.28
보리밭 보리밭 洪 海 里 1 대지모신大地母神의 품 안 토양산성土壤酸性의 이랑마다 늦가을 햇살만 기운 채 빗기고 있었다 가랑잎을 갉아 먹으며 산자락을 휘돌아 온 앙상한 뼈바람이 풋풋한 흙 속의 한 알 보리를 흔들어 잠을 깨우고 있었다 다섯 뿌리 하얀 종자근이 발을 뻗어내리는 속도따라 햇살은 점점 기울어져 조금씩 모신母神의 품으로 내리고 있었다 2 두견새 목청 트이는 동지 섣달 칠흑빛 어둠을 뚫고 겨울을 털어내리는 하얀 눈은 내려 쌓이고, 깃털, 꽃머리, 비늘잎도 모두 밑둥마디에 묻어두고 한 치 땅 속에서 언 발을 호호 부는 소리 아직은 잠결, 유년 시절 고호의 손가락 같은 하얀 이파리들 골로만 모여 쌓여 있는 바람의 넋을 불러내어, 들뜨는 팔다리를 눌러 앉히며 미루나무 물 오를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3 손톱 같은..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