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라비난초 7

해오라비난초

해오라비난초 洪 海 里 조카사위 간 날 너를 만났다 해오라비난초! 장례식장 신발마다 동서남북 제각각 갈 길을 향하고 있었다 영정 속에 갇혀 있는 저 생생한 사내 겨우 사십을 살고 가는 저 사내 가는 길이나 알까 한쪽에서는 벌써 불콰한 얼굴들이 소주잔에 빠져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옆에는 검은 치마 저고리들이 훌쩍이고 있었다 겨우 인생 초반을 살고 떠난 사내 조카사위! 하고 한 번 불러 보지도 못한 사내 아홉살과 여섯살은 잔칫집인 듯 문상객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천진과 난만이 어디까지이고 언제까지일까. 세상에, 세상에, 무엇이 그리 급해 울울창창 사십에 이승을 버리고 가나 부모 앞서 가는 것을 참척慘慽이라 하니 얼마나 참혹한 일인가 누군들 오가는 것을 알 수 있으랴만 누군들 오가는 걸 막을 수 있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