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배꽃

洪 海 里 2009. 2. 3. 12:26

배꽃

 

洪 海 里

 

1
바람에 베어지는 달빛의 심장
잡티 하나 없는 하얀 불꽃이네
호르르 호르르 찰싹이는 은하의 물결.

2
천사들이 살풀이를 추고 있다
춤 끝나고 돌아서서 눈물질 때
폭탄처럼 떨어지는 꽃이파리
그 자리마다 그늘이 파여 ……

3
고요가 겨냥하는 만남을 위하여
배꽃과 배꽃 사이 천사의 눈짓이 이어지고
꽃잎들이 지상을 하얗게 포옹하고 있다
사형집행장의 눈물일지도 몰라.

4
배와 꽃 사이를 시간이 채우고 있어
배꽃은 하나지만 둘이다
나와 내가 하나이면서 둘이듯이
시간은 존재 사이에 그렇게 스민다.

 

_ 시집『투명한 슬픔』(1996)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 홍철희 작가 촬영(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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