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바다
洪 海 里
보아라 저 바다가 어떻게 피는지
노랗게 피어 있는 누이야
푸른 바다 고랑고랑 일구어 피워 놓은
유채꽃 밭머리마다
<꽃값을 받습니다, 일인당 500원!>
팻말을 엉성하게 박아 놓았다
얼마나 생각이 간절했으면
먼 바다가 노랗게 불을 밝히고
일출봉을 오르고 있을 때
바닷속에 잠든 아버지의 등은 꺼져 있고
바다 위에는 하얀 연꽃만 일고 있구나
바람은 연초록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연분홍 혓바닥으로 반야심경을 외고
눈물 퉁퉁 부은 입술로 떨고 있는
회심곡 한 소절의 누이야
한라산 올라가는 길 따라
바람은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우박이 때아니게 후득거린다
여기와 저기가 이렇게 다르구나
꽃피는 봄바다에 아버지 안 계셔도
저 바다가 울음인 것을
검은 물옷 입고 바다로 들어가는 누이야
어머니 가슴에도 꽃을 피워야 하지 않느냐
저 노란 울음으로 피는 유채꽃 한 송이를.
(시집『투명한 슬픔』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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