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하차 거부 - 치매행致梅行 · 197

洪 海 里 2016. 9. 24. 05:07

하차 거부

- 치매행致梅行 · 197


洪 海 里



어제는 귀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아내는 마구 떼를 썼습니다

내리라고 잡는 손을 뿌리치고 때리고

보통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화를 내며 실랑이를 벌이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왜애, 왜애, 왜 그래애!

ㅁㅊ년 지랄하구 있네, ㅆㅍ년!"

이렇게 때로는 나도 막된 여자가 됩니다

어딘가로 무작정 가자는 말인가

집에 온 것도 모르고

남편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

한참 만에 아내는 눈물을 훔치며 내렸습니다

집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훌쩍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닦고 다가옵니다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마냥 바라보다

살몃살몃 웃음을 피웁니다

오늘도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물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