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치매행致梅行 · 102
洪 海 里
'마지막 잎새'처럼
달랑 한 장 붙어 있는 12월 달력
한 해가 다 갔다 말하지 마라.
저 한 장 뒤에는
한해旱害 한해寒害를 버티고 있는
늘 처음인 영원이 있다.
우리도 딱 붙어 있으면
세월에 바래지 않을까
'처음처럼, 처음처럼' 하지만
색도 변하고 빛도 죽는다
영원이란 없다는 듯이,
시간은 천지가 문이어서
그물마다 구멍뿐이어서
빗장이 소용없는
사람 사는 세상의 사막
주막도 초막도 없는 이곳
주름진 세월의 아내 곁에 앉아
낡은 술잔 가득 따르고 있는
새해표 독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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