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역설 또는 미완의 완성

洪 海 里 2024. 4. 12. 16:26


역설 또는 미완의 완성

洪 海 里


1.
살날이 줄어들수록
하루는 그만큼 길어지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은데
세상 사는 일
길고 짧은 일 그게 무엇인가

퍼져나갔던 꿈도
나이 들어
줄어들다, 끝내는
나 하나뿐
나 자신으로 끝나고 마네

2.
명작이라고? 걸작이라고?
세상에 걸작이 어디 있고, 명작이 어디 있는가?
그걸 만든 사람이 완성하지 못하고
손들고 버린 것일 뿐이지
만족해서 손 놓은 완성작일까

세상에 걸작은 없다
그것을 쓴 사람이나 그린 이가 살아 있다면
어찌 명작이고 걸작일 수 있겠는가
이미 쓰인 글, 그려진 작품에 붓을 대지 않는 이
시인인가? 화가인가?

하루가 너무 지루하게 긴데
살날은 얼마 남지 않았네.

 

- 계간 『문학춘추』 2024. 여름호(제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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