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가량 속가량 洪 海 里 가슴속에 난을 치고 석삼년을 물을 주면 꽃대궁 하나 솟을까 이파리 파르르 떨까 이파리 이파리 끝에 이슬방울이나 맺혀 천년 세월 밝혀줄까 詩香 墨香 번져올까. (2003. 6. 20.)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4
풍류 풍류 洪 海 里 하늘을 과녁 삼아 대는 죽죽竹竹 치솟아 올라 소리를 위해 꼿꼿이 서서 시퍼렇게 우는 천지가 꽝꽝 얼어붙은 어느 날 한 사내가 와 마디마디 뜨겁게 구멍을 파고 천둥 번개로 밤을 밝히리라 총구 앞의 긴장감 팽팽한 시위 귀 먹먹! 귀 먹먹! (2003. 8. 9.)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4
아름다운 호수 아름다운 호수 洪 海 里 달빛 하나가 걸어 내려와 침묵을 데리고 놀고 있다 침묵 속으로 들어간 달빛도 하나 달빛 싸고 돌고 있는 침묵도 하나. 물위에 떠 있는 소금쟁이 물집에 든 저랑 놀고 있다 하늘 지고 있는 물위의 소금쟁이 물을 업고 있는 물속의 소금쟁이. (2003. 7. 29.) * 발표되지 ..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4
가족 얼굴 -박흥순의 '가족 얼굴'에 가족 얼굴 - 박흥순의 '가족 얼굴'에 洪 海 里 차가운 돌 속에서 따뜻이 웃고 있는 세 소녀 보드라운 털모자 검은 테 안경 뒤에서 친구처럼 웃고 있는 엄마 양 옆에 꼭 껴안긴 채 하얗게 터뜨리는 두 딸의 웃음소리 지순무구한 눈빛 뒤 조금은 쓸쓸하고 외로운 돌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내..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봄바람 봄바람 - 박흥순의 그림 '봄바람'에 洪 海 里 겨우내 비어 있던 긴 의자 다 돌아들 가고, 햇살 파릇파릇 앉아 있는 빈 의자. * 봄을 본다. 그러니 봄이란 봄을 봄이다. 보는 것이 무엇인가? 안 보이던 것이 보이는 때까지가 봄이다. 보이는 것이 있으니 보는 것이다. 그때가 봄이다. 스스로 몸을 열어 보이는 세상! - 隱山.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갈증 -박흥순의 그림 '갈증'에 갈증 -박흥순의 그림 '갈증'에 洪 海 里 바다에 앉아서도 목이 타는 그리운 이름입니다 어머니! 푸른 파도가 밀려듭니다 허연 물거품을 물고 바다가 몰려옵니다 그래도 나는, 나는 목이 탑니다 어머니 어머니! * 130x97cm. 캔버스 위에 유채. 1994. (2003. 3. 17.)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마음이 허공이다 마음이 허공이다 洪 海 里 마음이 허공이다 아니, 자궁이다 그곳에 길이 있다 가장 가깝고 가장 멀고 가장 느리고 가장 빠르고 가장 강하고 가장 가냘픈 그것은 역린逆鱗? 아니다 자궁이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백지에 대하여 백지에 대하여 洪 海 里 백지는 완벽하다 백지는 고요하다 백지는 자유롭다 백지는 풍요롭다 백지는 스스로 속도를 갖지 않는다 다 잠든 새벽 홀로 깨어 있다 백지는 온전한 여백 넉넉한 힘 백지를 죽이는 아름다운 폭력이 그립다. (2003. 8. 21.)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원願 원願 洪 海 里 발가벗은 언어로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시 한 편 쓰고 싶다 시린 사람들 가슴속 그리움의 급소를 질러 줄 한 편의 시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그 詩! (2003. 8. 20.)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늦비 그치면 늦비 그치면 洪 海 里 새벽 세 시 천둥 빗소리 치고 종종걸음 단풍나무 뿌리 빨갛게 젖어 날 새면 이파리들 기절했것다 기러기 떼 날갯짓이 바빠지것다. (2003. 10. 28.)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