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쓰는 유서 하늘에 쓰는 유서 洪 海 里 때때로 바위 속으로 들어가는 나는 내 너머 내가 있을까 몸 너머 마음 있을까 마음 덮은 지붕을 벗겨 봅니다 내 生은 스스로 파는 무덤이지만 내생來生도 어제도 없어 날개를 달았습니다 그러나 그 날개가 너무 크기만 해서 무한공간 속을 날 수가 없습니다 내 ..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내 마음속 빈 자리 내 마음속 빈 자리 洪 海 里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살고 잇어 낙화할 때 뚝! 소리를 내며 수직으로 낙하한다. 절벽 끝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사람 말이 없다 파도가 벼랑을 치며 울부짖기 때문이다. (2004. 1. 23.)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화룡점정畵龍點睛 화룡점정畵龍點睛 洪 海 里 용을 그렸으면 됐지 눈은 왜 찍는가 시를 썼으면 됐지 시안詩眼은 왜 찾는가 눈 없는 용이 있는가 눈 없는 시가 있는가. (2004. 2. 18.)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3월, 아득한 또는 아뜩한 3월, 아득한 또는 아뜩한 洪 海 里 떼과부들 옆구리 근질근질 간지럽다 강물이 하늘로 하늘로 흐른다 풀과 나무들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느낌표와 물음표가 천지에 지천이다 느낌표 위에 앉아 파릇파릇 웃고 있는 노랑나비 물음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는 물총새 안개가 아침..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봄, 게릴라 봄, 게릴라 洪 海 里 얼음 녹아 또랑또랑 몸 푸는 소리 섬을 떠메고 오는 동백꽃 바람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지고 시도 때도 없이 집도 절도 없이 이발소 그림으로 피어오르는, (2004. 3. 13.)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閑日 또는 閒日 閑日 또는 閒日 洪 海 里 아내는 출근을 하고 혼자 문 안에 있는 매화나무 그늘에 앉아 술을 따른다 가지마다 품고 있는 꽃송이 動動 구름도 지나다 들러 술잔에 젖고 있다 저녁엔 달을 불러 문간에 달고 눈독이나 들여…. (2004. 03. 28.)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파도에게 묻다 파도에게 묻다 洪 海 里 보라! 새는 바다를 물고 오르고 하늘을 업고 내려와 하나이게 하지 않느냐 밤낮없이 물을 공격하는 시퍼런 비수인 네 혀와 수천의 방언으로 물어뜯는 입술 너는 무엇이냐 파도야 나는 너를 위해 우는데 너는 너를 위해 웃는가 웃음과 울음이 다른 것이냐 높아야 ..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3.13
항아리 항아리 洪 海 里 한겨울 물이 맑고 대바람소리에 귀가 밝다 비어 있을 때 스스로 가득해지는 우주가 이루어내는 텅 빈 충만이려니 다 놓고 쉬는 삶 바위도 숨을 쉬는 것을…, 온몸이 귀가 되어 온갖 소리를 다 모은 향기로운 꽃그늘로 그윽해지는 사랑이란 빈 그릇! *** 퇴고 중인 초고임. =..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2.06
단절의 바다 단절의 바다 洪 海 里 바다를 보러 갔던 64년 한 해 봄바다에서 다시 봄바다까지 그 바다가 자꾸 출렁이고 있다 그 많던 모래알이 오래 씻기고 씻겨 소금기도 걷히고 이제 가슴에 와 쌓이고 있다 중복 때 매밋소리처럼 달려와 쏟아지는 파돗소리 나에게 주고 간 것은 무엇일까 날개쳐 오는..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2.03
<시> 가장 좋은 시 가장 좋은 시 洪 海 里 아직 쓰여지지 않은 시를 위하여 말을 잡는다 마른 논바닥에 물이 들 듯 짐승 같은 말로 파문을 짓고 싶어 피가 흐르는 그늘 혀와 입술이 다 젖도록 입을 놀리는 것은 산 말의 짐을 부리는 것 도축장의 칼이 놀면 귀는 말을 하지 않아 뜨거운 말 살아 있는 말로 쓰는,..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9.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