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즘 洪 海 里 시가 시에게 묻는다 네가 시냐 시가 시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시인이 시인에게 묻는다 네가 시인이냐 시인이 시인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시도 없는 세상에 시인만 있다 시인도 없는 세상에 시만 있다 네가 시냐, 네가 시인이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8.10.19
겨울 숲 속을 거닐며 겨울 숲 속을 거닐며 洪 海 里 아른아른 아지랑이 타오르는 봄날 같은 겨울 햇살 인수봉 보드라운 바윗살에 와 몸 비비는 섣달 그믐 "좋아요, 참 좋아요, 여기서 그냥 살고 싶어요!" 숲 속을 거닐던 취재온 여기자는 휘파람새처럼 말했다 "왜 시인들이 한번 들어와선 모두들 안 떠나죠?" "글..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8.10.19
비천한 봄날 비천한 봄날 洪 海 里 얼마나 비루한 삶이었던가 돈에게 굽히고 힘 앞에서 쩔쩔매고 세월에 네월에 설설 기다 보니 내 허리가 허리가 아니었구나 굽신거린 생도 한세상인데 이제는 굽신대며 살지 말라고 허리에 털이 아닌 탈이 나셨다 3·4번 요추에 인공관절 집어넣고 보형물을 고정시..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8.10.18
맛있는 밥을 위하여 맛있는 밥을 위하여 洪 海 里 전기밥솥이 알아서 해 주는 밥 며칠을 먹어도 남아 있는 밥 누렇게 변한 밥 혼자서 먹는 말라빠진 밥 이빨을 깨뜨리는 밥 그냥 먹는 밥 밥맛 없으면 입맛으로 먹는 밥 돌솥 오곡밥을 그리워하는 밥 입맛 떨어지면 밥맛으로 먹는 밥 무쇠솥에 불 때는 저녁을 ..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8.10.18
바퀴 바퀴 洪 海 里 바퀴는 구르는 본성을 가졌다 그럴 듯한 이름의 향랑자香娘子, 바퀴는 바닥뿐만 아니라 벽에도 글러다닌다 천정에서도 내달린다 날쌔고 날래기 속거천리速去千里인 요년! 음흉하기 그지없다 그냥 보고만 있다가는 바퀴에 깔려 죽을 것 같다 드디어, 바퀴와의 전쟁을 선포..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8.10.18
자연에게 자연에게 洪 海 里 내가 준 마음은 네 몸값이었다 내게 진 빚 갚지 말거라 이미 다 잊었거니 갚은 거나 다름없다 너 아니었으면 내 어찌 살아 있겠느나 이제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바랑 하나 메고 떠나노니 영원한 네 품 속으로! * 그래픽 동아DB / 노벨상 메달 (동아일보 2018. 10. 12.)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8.10.12
눈 눈 洪 海里 눈을 떠야 별을 보지 눈 오는데 무슨 별을 보나 눈을 맞으면 추워도 눈이 맞아야지 네가 보이지 내가 네게 보이지 눈독 들이다 눈독 올리다 눈도 못 맞추고 끝나니 눈도 못 맞고 그치니 못 말린다 못 말려 세상 사는 일 세월 가는 일 * 퇴고 중인 초고임!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8.10.09
아내 아내 洪 海 里 비인 가슴에 이는 바람을 어이할거나 어이할거나 머언 들판 아슴한 들판을 닫고 있던 나의 열병 바람 속을 날던 새 떼도 저들 잘 곳으로 날아간 후 쓸쓸한 허공을 나지막히 비상하던 날개 여린 새 한 마리 내 가슴에 와 깃을 치고 있느니. (1980) * 1980년 3인시집 『바다에 뜨는..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8.10.06
피장파장 피장파장 洪 海 里 1. 서울 판윤이 강북에 나토셨다 위대한 강남과 불쌍한 강북의 격차를 줄이고 여의도를 뭐로 만든다나 뭐라나 삼양동 옥탑방이 여의도와 다를 게 뭔가 옥탑방이 뭐가 어떤가 기억력과 판단력이 나쁜 나는 알아듣기도 힘들다 삼양동은 서울 거지들의 거지居地인가 대단..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