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늪 洪 海 里 Ⅰ 노을빛 밴 물풀 속 마름이 지천으로 익고 있다. 마름을 익힌 물향기가 왕잠자리 날개를 물들이고 있다. Ⅱ 갈잎에 베어지는 수면 물결의 반란이다. 북새치는 하루살이 떼 곤두박질 끝없는 함몰이다. 꽃빛 노을의 집중 파랗게 깨어지는 하늘의 눈물이다. Ⅲ 무당개구리, 수컷이 울고 있다..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
바람 한 점 바람 한 점 洪 海 里 입추가 지나면 송림 사잇길 은빛 고운 이슬이 내려 풀잎마다 지천으로 해가 돋는다. 열 길 맑은 살 속 한여름 불타오르던 온갖 욕망이 깊고 깊은 고독을 닦아 한가을 하늘 한복판 둥근 달을 띄우고, 하늘은 높이서 화장에 능하지만 인생은 가득한 공허 섭섭한 손저음이 새로운 재희..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
겨울바다 겨울바다 洪 海 里 갈치 비늘 풀어 한 말 하늘 가득 띄워 놓고 사납게 사납게 부서지는 바람 사해에서 칼을 물고 달려오고 있었다. 수천의 빛이 깨어져 그 빛의 바다마다 하늘이 흔들리고 하얀 이마를 부딪고 있는 파도 맨살로 엉겨 허덕이고 있었다 자잘한 물고기 떼 깊이 갈앉고 바닷개들만 푸른 불..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
나의 식욕 나의 食慾 洪 海 里 입술 언저리에 와서는 말도 얼어 붙어 비인 공간은 비어 있을 뿐이다. 대숲에 들어 나의 귀는 살아 대바람소리만 듣는다. 대숲 우으로 나는 까마귀 떼 까마귀 울음을 울고 있다. 엄동에도 얼지 않는 갈증의 바다 순식물성 안주와 쏘주, 여자를 앞에 놓고 출렁출렁 출렁이고 있다. - ..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
달빛 달빛 洪 海 里 4월의 달은 배고파 운다 허리가 굽은 눈썹달의 등을 타고 돌아왔다 빌딩의 창문마다 쓸쓸한 달빛 창유리를 타고 흐른다 슬슬슬 등을 부비고 있는 달덩이 그 보드란 손목을 잡고 시가지를 벗어나면 풋풋한 땅기운이 솟아오른다 보리밭 밀밭의 부러진 팔다리 달빛은 하얀 뼈를 굴리며 논..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
이명 耳鳴 洪 海 里 한밤 모든 사물이 죽어 어둠만이 충만할 때 나의 귀는 운다 통곡하며 운다. 누가 나의 혀를 잘라내고 있다 두 귀도 도려내고 눈도 휘벼내고 드디어 두개골을 박살내고 있다. 칼날이 번쩍인다 푸른 식칼이 토막토막 자르는 도마 위에 나의 전신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잔인의 눈동자가 빛..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
첫눈 첫눈 洪 海 里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 그 소리가락 따라 앞뒷산이 무너지고 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 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 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 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 그 설레이는 꽃이파리들이 모여 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 울음소리도 다 잠..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
블랙 커피 블랙 커피 洪 海 里 한밤 사기접시 위의 사기잔 풀벌레소리와 쌉싸롬한 생활이란 갈증으로 가득 차는 정적 거기 사기그릇에 부딪는 비수 같은 음향 이승의 무수한 풀잎은 저마다의 중량으로 무한한 허공을 흔들지만 부너지면서 담담한 강물 같이 가슴으로 오는 우수 잠들어도 잠들지 못..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
거울 거울 洪 海 里 1 어둠이 짙을수록 더욱 똑똑히 보이는 내 영혼의 뼈와 살의 무늬들 전신이 맑아오는 칠흑의 세계 어디서 새벽녘 두레박 소리 들리고 어둠이 물러가는 그림자 보인다. 2 가을은 그렇게 큰 거울을 하늘 높이 달아 놓고 나를 부른다. 언제 내 가슴에 그렇게 크고 맑은 거울이 ..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
소리 · 2 소리 · 2 洪 海 里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불고 있다. 죽은 나뭇가지에 와서 아픔이 되는 바람의 자유. 풀밭에 달려가 물구나물 서는 맨살의 도시, 그 언어들. 풀잎아 너의 꿈은 어디 있느냐 사랑이여 부를 수 없는 노래여. 살아나라 살아나라 하며 날아가는 저 하늘의 구름 한 점. 자갈밭에 그냥 내려 스..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2006.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