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밤 창가에서 꽃 피는 밤 창가에서 洪 海 里 창은 기억의 꽃이 피는 항구 기억이 소유하는 그리운 사람들이 의식의 까마귀를 날리며 무시로 목선을 타고 출항한다 암흑의 바다 위로 사상의 골편들이 무겁게 떠오르는 영혼은 하늘 가득 날아갔다가 언제나 자유를 노래하며 돌아온다 바람이 뽀얀 배꼽을..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헌화가獻花歌 헌화가獻花歌 洪 海 里 그대는 어디서 오셨나요 그윽히 바윗가에 피어 있는 꽃 봄 먹어 짙붉게 타오르는 춘삼월 두견새 뒷산에 울어 그대는 냇가에 발 담그고 먼 하늘만 바라다보셧나요 바위병풍 둘러친 천 길 바닷가 철쭉꽃 바닷속에 흔들리는 걸 그대는 하늘만 바라다보고 볼 붉혀 그..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금란초金蘭草 금란초 洪 海 里 무등의산록금빛화관을 이고황홀한화엄세계를꽃 한 송이로열고 있는女子. * 금란초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에서 자라며, 높이 40cm 가량이고 꽃은 황금빛으로 3개에서 12개가 4월 하순에서 6월 상순에 핌. 여기의 금란초는 광주 무등산 등성이에서 만난 우리나라의 자생란임. - 홍철희 작가 촬영.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은란초銀蘭草 은란초 洪 海 里 무등의 바람 춘설헌 작설차 향기 증심사 풍경소리 은빛 잠을 깨어 하얗게 웃고 갈 사람 다 돌아간 산모롱이만 빤히 바라보며 신명난 길이 되어 나그네를 품어 안는 종소리 속에 한 해를 이렇게 서서 가면 또 한 해가 오는 것을 믿고 글썽이는 눈빛 모아 절창을 풀어내는 흰 관의 女子. * 은란초는 금난초보다 북쪽인 중부 이남의 산에 자라며, 높이 40cm이며 꽃은 은빛으로 4월 하순에서 5월 하순에 핌.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아름다운 남루 아름다운 남루 - 산수유山茱萸 洪 海 里 잘 썩은 진흙이 연꽃을 피워 올리듯 산수유나무의 남루가 저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깔을 솟구치게 한 힘이었구나! 누더기 누더기 걸친 말라빠진 사지마다 하늘 가까운 곳에서부터 잘잘잘 피어나는 꽃숭어리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소리 노랗게 환청..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눈부신 슬픔 눈부신 슬픔 洪 海 里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가는 보일락말락한 날개 같은 저 꽃들 하늘하늘 눈부신 저 허망함으로 꽃자리마다 비우고 나면 또 얼마나 아픈 상처만 남을 것이랴 그 흔적이 지워지기까지는 또 얼마나 곡두의 눈물만 흐를 것인가, 꽃들은 순수..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무화과無花果 무화과無花果 洪 海 里 애 배는 것 부끄러운 일 아닌데 그녀는 왜 꼭꼭 숨기고 있는지 대체 누가 그녀를 범했을까 애비도 모르는 저 이쁜 것들, 주렁주렁, 스스로 익어 벙글어지다니 은밀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오늘밤 슬그머니 문지방 넘어가 보면 어둠이 어둡지 않고 빛나고 있을까 ..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자귀나무꽃 자귀나무꽃 洪 海 里 1. 세모시 물항라 치마 저고리 꽃부채 펼쳐들어 햇빛 가리고 단내 날 듯 단내 날 듯 돌아가는 산모롱이 산그늘 뉘엿뉘엿 설운 저녁답 살비치는 속살 내음 세모시 물항라. 2. 꽃 피고 새가 울면 그대 오실까 기다린 십년 세월 천년이 가네 베갯머리 묻어 둔 채 물 바래는..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개나리꽃 개나리꽃 洪 海 里 그대는 땅 속의 사금가루를 다 모아 겨우 내내 달이고 달이더니, 드디어 24금이 되는 어느 날 모두 눈감은 순간 천지에 축포를 터뜨리었다. 지상은 온통 금빛 날개 종소리 소리 … 순도 100%의 황홀 이 찬란한 이명이여. 눈으로 들어와 귀를 얼리는 이 봄날의 모순을 누구..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양귀비꽃 양귀비꽃 洪 海 里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기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넋을 놓는가. 귀 따갑게 쏟아지는 한낮의 햇살, 널 끌어안고 만신창이 만신창이 불타고 싶어라.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