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뻐꾸기 치자꽃 뻐꾸기 洪 海 里 마당가 치자꽃 벌자 뒷산 뻐꾸기 내려와 꽃 속에 들어 신방차리네 빨간 혓바닥으로 꽃잎을 쓰다듬자 젖빛 꽃은 바르르 떨며 깜빡 죽고 농염한 몸짓으로 발기한 뻐꾸기 울음을 덮는 치자꽃 은은한 독한 향기 동가식 서가숙하는 뻐꾸기 한 마리 가슴에 품고 치자꽃은 해질녘 소..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3
난초 이파리 난초 이파리 洪 海 里 부러질 듯 나부끼는 가는 허리에 천년 세월이 안개인 듯 감기고 있는 듯 없는 듯 번져 오는 초록빛 황홀 해 뜨고 달 지는 일 하염없어라. (시집『은자의 북』1992)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3
자란紫蘭 자란紫蘭 洪 海 里 너를 보면 숨이 멎는다 가슴속으로 타는 불꽃의 교태 심장을 다 짜서 혓바닥으로 핥고 하늘에 뿜어 올렸다 다시 초록으로 씻어 피우는 고운 불꽃 너를 보면 숨이 멎는다 현기증이 인다.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2
타래난초 타래난초 洪 海 里 천상으로 오르는 원형 계단 잔잔한 배경 음악 분홍빛 카펫 가만가만 오르는 소복의 여인 바르르 바르르 떨리는 숨결.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2
난꽃이 피면 난꽃이 피면 洪 海 里 Ⅰ 아무도 가지 않은 눈 위를 가고 있는 사람 모든 길이 눈 속으로 사라지고 길이 없는 이승을 홀로서 가는 쓸쓸한, 쓸쓸한 등이 보인다. Ⅱ 진초록 보석으로 날개를 달고 눈을 감고 눈을 뜬다 만 가지 시름이 적막 속으로 사라지고 가장 지순한 발바닥이 젖어 있다 ..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2
난蘭아 蘭아 난蘭아 蘭아 洪 海 里 I 뼈가 없는 네게는 뼈가 있는데, 뼈가 있는 내게는 뼈가 없구나. II 너는 겨울밤의 비수요 대추나뭇가시 차돌멩이요 불꽃이다. III 네게는 햇빛으로 피는 평화 햇빛으로 쌓는 역사 햇빛으로 웃는 사랑 햇빛으로 아는 진실 햇빛으로 보는 영혼 햇빛으로 타는 침묵 햇빛..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2
난蘭 난蘭 洪 海 里 삼경 이르러 네 곁에 서면 어디서 먹 가는 소리 들리고 꽃빛 심장을 드러낸 바람과 바닷소리도 홀홀 날려 오느니. 별과 달과 모래알과 나뭇등걸이 모여 정한 물 한 대접에 얼굴을 비추어 보고 있다. 소리없이 부르는 노래 동양의 고전이여, 움직이지 않는 춤 초록빛 의미로 ..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안개꽃 안개꽃 洪 海 里 살빛 고운 아기들이 꿈속에서 젖투정을 하고 있다 배냇짓으로 익은 하늘빛 아기들의 마을에는 늘 안개꽃이 피어 있다 무릎이 퍼렇도록 기는 토끼풀꽃 목걸이로 젖어 있는 울음 하나 고사리 손을 흔들어 흰 구름장을 목에 걸고 종종종 기고 있다 안개꽃 핀다.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메밀꽃 메밀꽃 洪 海 里 소복을 한 젊은 여자가 달빛과 달빛 사일 오가며 천상에서 바랜 옥양목 한 필을 산간에 펼쳐 널고 있다 겨드랑이 아래로 사태 지는 그리움 저 서늘한 불빛으로 달래며 천년을 사루어도 다 못할 정을 하얀 꽃으로 피우고 있다 달이 이울면 산이 쓸리고 반쯤 젖어 흔들리는 ..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
동국冬菊 동국冬菊 洪 海 里 동지ㅅ달 찬 바람이 지동 치듯 먼 산을 돌아온다. 꽃은 모든 것을 버린 여인처럼 삼동의 이야기를 지꺼리고 있다. 가슴 가득 괴는 아아 이 순순한 내음. 내 혓바닥엔 가시가 천 개쯤 돋아나 있다. 꽃시집『금강초롱』(2013) 200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