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들을 위하여 아들을 위하여 - 능동과 수동 홍해리(洪海里) 꿈을 꾸리 고추밭가 사슴 한 마리 중천에 뜬 해 거리에서 만나는 중머리 도끼 들고 콩밭으로 가는 금비녀나 은수저 밤알이 투욱, 툭, 가을 하늘로 떨어지고 호랑이 그림자 대밭머리 어리디.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난아 난아 난蘭아 난蘭아 홍해리(洪海里) I 뼈가 없는 네게는 뼈가 있는데, 뼈가 있는 내게는 뼈가 없구나. II 너는 겨울밤의 비수요 대추나뭇가시 차돌멩이요 불꽃이다. III 네게는 햇빛으로 피는 평화 햇빛으로 쌓는 역사 햇빛으로 웃는 사랑 햇빛으로 아는 진실 햇빛으로 보는 영혼 햇빛으로 타는 ..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매화 피면 매화 피면 홍해리(洪海里) 하늘을 열기 위해 우주를 삼킨 네 눈에 모은 빛으로, 이 겨울 우리의 빈혈을 다수웁게 덥히면, 은은히 들려오는 피리소리 천상에서 내리고, 마주하고 나누는 넉넉한 달빛으로, 자기잔에 넘치는 마알간 술빛, 허기로 달래보는 이 계절의 위안이여!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유빈이의 말 유빈이의 말 홍해리(洪海里)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이른 새벽에 잠깬 유빈이의 인사 그래, 유빈이도 잘 잤니? 아뇨, 고갤 젓는다, 꿈꿨어요 무슨 꿈? 인형꿈, 난초꿈, 텔리비젼꿈, ...... 아직 새벽인데 더 자렴! 눈뜨고 꿈꾸려고 눈뜨고 있는 거예요! 유빈이는 다섯 살, 만 세 살 반 그러니 세 살도 되..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詩> 임자도 새벽바다 임자도 새벽바다 홍해리(洪海里) 물 나간 개펄엔 온갖 역사의 찌꺼기들이 떠나가지 못한 채 누워 있고 불빛도 밤 새 부대끼다 물에 뜬 물고기 눈빛이 되어 바닷물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멀리 바다에는 새우잡이 배들이 날개를 바닷속에 박은 채 밤새도록 꽂혀 있었다. 아직 떠오르지 않은 태양의 주변..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보춘화 報春花 - 난초꽃이 피면 홍해리(洪海里) 송림 사이 바람 간다 햇빛 다사로운 남향 산기슭 잔잔한 호숫가 초가지붕 위 아침 연기 오르고,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 몇 대 오손도손 늘 정다운 이야기 다숩은 모습 사랑홉다. 커가는 자식들 꽃 피면 보듬고 감싸 안는 하늘 땅 지순한 지아비 지어미 ..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능동과 수동 능동과 수동 7 홍해리(洪海里) 세상은 어차피 가위 바위 보 누구는 계속 가위만 던져 쩔렁쩔렁 쇳소리를 내면서 바람소리 잠들 날이 없게 하기도 하고 누구는 계속 바위만 던져 무지한 바위덩이를 굴려내리고 그 아래 깔려 낑낑대는 이름없는 풀들의 목숨을 아름답게 한다 또 누구는 보만 던진다 순하..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호반의 도시 湖畔의 都市 -한국의 여로: 춘천 홍해리(洪海里) 첩첩 산중 터잡아 하늘이 내린 축복으로 가득한 도시, 춘천이여 소양호, 춘천호, 의암호 그 젖줄이 뿜어내는 젖빛 안개 속 신선들이 모여 그리는 산수화 산과 바람과 호수가 얽힌 자욱한 관능의 물보라 구름은 내려와 물 속에서 놀고 새소리, 피리소리로..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배비장 배비장裵裨將 홍해리(洪海里) I 한라산 된바람도 잠이 들도록 달리는 말 엉덩이를 빛내기 위하여 제주바다 푸른 물결 넘실대도록 안개 속에 벌거벗고 춤을 추기 위하여 풀꽃바다 울긋불긋 뭉개지도록 거웃으로 두덩불 다스리기 위하여 새, 하늬, 높새, 마파람결에 한낱 일순 파리목숨 날리기 위하여 ..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하늘 위에 하늘 있고 하늘 위에 하늘 있고 홍해리(洪海里) I 하늘 위에 하늘 있고 땅 위에 땅 있도다 II 소금이소금맛을잃어도소금은소금이다 설탕이설탕맛을잃어도설탕은설탕이다 물이곧게일어서고 빛이굽어SOS를때려도 물은물빛은빛이다 III 우주에 문패를 달고 집을 짓는다 비 둘기 백조들을 불러 까맣게 염색을 하 고 ..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