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입 - 치매행致梅行 · 235 밥과 입 - 치매행致梅行 · 235 洪 海 里 사람은 밥이 입으로 오고, 짐승은 입이 밥으로 간다. 밥을 떠먹는 나는 사람인가, 짐승인가? 밥을 떠넣어 줘도 "싫어, 싫어!" 하는 아내는 사람인가 아닌가?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6.05
눈사람 - 치매행致梅行 · 234 눈사람 - 치매행致梅行 · 234 洪 海 里 사랑은 눈사람 겨울 가고 봄이 오면, 슬그머니 목련 가지 끝에 앉아 있다. 연인들은 목이 말라 사막을 헤매지만, 겨울이 가고 나면 나뭇가지마다 꽃을 다는데, 아내의 나라에는 봄이 와도 내리 눈만 내려 쌓이고 있다. * 사랑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한..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5.31
시작詩作 - 치매행致梅行 · 233 시작詩作 - 치매행致梅行 · 233 洪 海 里 집어등만 밝히면 물고기 떼로 몰려와 그냥 퍼내면 되는 줄 알았지만 밤새도록 불빛만 희롱, 희롱하다 돌아간 자리 눈먼 고기 한 마리 없는 한평생이란 텅 빈 백지 한 장 구겨지고 찢어져 바람에 날리고 있네. * 언제부터 이 시작詩作을 시작한 것일..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5.31
다리 - 치매행致梅行 · 232 다리 - 치매행致梅行 · 232 洪 海 里 사람은 몸에 옷을 맞추지만 때로는 몸을 옷에 맞추라 한다. 짧은 다리는 긴 다리보고 맞추라 하고, 긴 다리는 짧은 다리한테 맞추라 한다. 짧거나 길거나 다를 것이 없는데 우리는 다른 것을 내 것에 맞추려 든다. 아내여, 우리는 그렇지 않았던가 말없..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5.31
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 치매행致梅行 · 231 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 치매행致梅行 · 231 洪 海 里 나이 든 사내 혼자 먹는 밥. 집 나간 입맛 따라 밥맛 달아나고, 술맛이 떨어지니 살맛도 없어, 쓰디쓴 저녁답 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 “혼자 먹는 밥”은 외롭다. 모양도 그렇거니와 맛도 그렇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써놓은 문장..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