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91

<시> 능소화 전문

능소화 전문 洪 海 里 올라가야 내려가는 것을, 어찌 모르랴 모르랴마는 너야 죽거나 말거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고 숨통을 끊어야 한다며 흐느적이는 빈 구석 그늘 속으로, 몰입이다 황홀이다 착각이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저 바람 막 피어나는 꽃이 눈부시게 흔들려 치렁치렁 그넷줄이 천 길이네 흔들리던 바람이 길을 멈춘 대낮 그넷줄 잡고 있는 진이. 팽팽한 치맛자락 속으로 깊은 뜰 높은 담을 넘어온 화담의 묵향이 번져 허공을 가벼이 뛰어내리는 화려한 절체/절명의 가녀린 유혹. 도발이다 일탈이다 광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