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1282

가을산에서 - - 牛耳詩篇 · 8

가을 산에서 - 牛耳詩篇 · 8 洪 海 里 혼백을 하늘로 땅으로 돌려보낸 텅 빈 자궁 같은, 또는 생과 사의 경계 같은 가을 산에 서 있었네 지난 봄 까막딱따구리가 파 놓은 오동나무 속 깊이 절 한 채 모셔 놓고 가지에 풍경 하나 달아 놓았네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에게 안부를 남기고 물이 만들고 간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무장무장 먼 산에 이는 독약 같은 바람꽃 맑은 영혼의 나무들이 등불을 달고 여름내 쌓인 시름을 지우고 있었네 서리 내릴 때 서리 내리고 스러지는 파도가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지나간 세월이 내일의 꿈이 될 수 있을까 먼 길이 다가서는 산에 혼자 서 있었네.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산책

산책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살아 있는 책이다발이 읽고눈으로 듣고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느릿느릿,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한 발 한 발.  산책 · 2 / 洪 海 里 한발 한발 걸어가면발로 읽는 책 가슴속에 비단길 펼치고눈으로 듣는 책 마음속에 꽃길을 여니줄 줄만 아는 산 책에 줄을 대고한없이 풀어 주는 고요를 돌아보라줄글도 좋고 귀글이면 또 어떤가싸목싸목 내리는 안개, 그리고 는개온몸이 촉촉이 젖어 천천히 걸어가면산 책 속에 묻히리니, 입으로 듣고 귀로 말하라인생은 짧고 산책은 길다.   * 스크린도어 앞에서 이 시를 접할 때 나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시는 시가 갖춰야 할 쾌락적 기능과 교훈적 ..

연꽃바다 암자 한 채

* 천세련(재미화가) 연꽃바다 암자 한 채 洪 海 里 1. 꽃은 핀 적도 진 적도 없다 은은한 향기 먼 기억으로 번질 뿐 꽃은 피지도 지지도 않는다. 2. 가벼운 목숨이 스치고 지나가는 암자의 하늘 조금은 쓸쓸한 물빛이 감돌아 동자승 눈썹 위에 연꽃이 피고 바람이 이슬방울 굴리고 있다. 3. 풍경소리 또르르 또르르 울고 있다. - 출처 : 미디어조계사(http://news.jogyes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