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1282

처음처럼

처음처럼 홍해리'처음'이라는 말이 얼마나 정겨운가요'첫'자만 들어도 설레지 않는지요첫 만남도 그렇고첫 키스는 또 어때요사랑도 첫사랑이지요첫날밤, 첫새벽, 첫정, 첫잔나는 너에게 첫 남자너는 나에게 첫 여자이고 싶지요"처음 뵙겠습니다잘 부탁합니다!"자리에 앉아 처음으로 따르는 한잔의 술첫 키스의 아련한 감촉처럼이나첫날밤의 추억처럼 그렇게잔을 들어 입술에 대는 첫잔첫정이 트이던 시절의 상큼함 만큼이나나도 처음처럼너도 처음처럼언제나 처음처럼이라면물로 시작해 불로 끝나는홀로 왔다 홀로 가는 긴 여로처음처럼 그렇게 살다 갈 수 있다면.                                     * 박성환 님의 손글씨! 2024.04.29.

황태의 꿈

* 박성환 님의 글씨(2023.12.23. 페북에서 옮김). 황태의 꿈 洪 海 里 아가리를 꿰어 무지막지하게 매달린 채 외로운 꿈을 꾸는 명태다, 나는 눈을 맞고 얼어 밤을 지새우고 낮이면 칼바람에 몸을 말리며 상덕 하덕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만선의 꿈 지나온 긴긴 세월의 바닷길 출렁이는 파도로 행복했었나니 부디 쫄태는 되지 말리라 피도 눈물도 씻어버렸다 갈 길은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밤도 북풍은 거세게 불어쳐 몸뚱어리는 꽁꽁 얼어야 한다 해가 뜨면 눈을 뒤집어쓰고 밤을 지새운 나의 꿈 갈가리 찢어져 날아가리라 말라가는 몸속에서 난바다 먼 파돗소리 한 켜 한 켜 사라지고 오늘도 찬 하늘 눈물 하나 반짝인다 바람 찰수록 정신 더욱 맑아지고 얼었다 녹았다 부드럽게 익어가리니 향기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 ..

층꽃풀탑

층꽃풀탑 洪 海 里 탑을 쌓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나무도 간절하면 몸을 흔들어 한 층 한 층 탑사塔寺를 짓는다. 층꽃나무를 보라, 온몸으로 꽃을 피워 올리는 저 눈물겨운 전신공양. 해마다 쌓고 또 허물면서 제자리에서 천년이 간다. 나비가 날아와 몸으로 한 층 쌓고 벌이 와서 또 한 층 얹는다. 스님은 어디 가셨는지 달빛 선정禪定에 든 적멸의 탑, 말씀도 없고 문자도 없는 무자천서無字天書 경전 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