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1304

유채꽃

정말 그랬다. 봄 그리고 가을, 두 계절이 앞 계절과 바뀌고 슬슬 깊어갈 때면 현무암이 뭐야, 대포알이 지나간 것처럼, 정말 숭숭숭...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가슴 구멍으로 바람 드나드는 소리가 들리고 건드리는 이 없어도 혼자 막 아프고 그랬다. 늦은 사춘기였을까 이른 갱년기였을까, 애매한 나이에 들리던 가슴을 지나던 바람소리가 이제는 멈췄다. 나이 드는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다. 이제는 빨리 늙어도 그닥 아쉽지 않다. [출처] [유채꽃 / 홍해리] 내가 쓰는 글마다 하나같이 노란 연서같다 .|작성자 글부자

아내새 / 글씨 : 가원

아내새 洪 海 里 한평생 나는 아내의 새장이었다 아내는 조롱 속에서 평생을 노래했다 아니, 울었다 깃털은 윤기를 잃고 하나 둘 빠져나갔다 삭신은 늘 쑤시고 아파 울음꽃을 피운다 이제 새장도 낡아 삐그덕대는 사립이 그냥, 열린다 아내는 창공으로 날아갈 힘이 부친다 기력이 쇠잔한 새는 조롱조롱 새장 안을 서성일 따름 붉게 지는 노을을 울고 있다 담방담방 물 위를 뛰어가는 돌처럼 온몸으로 물수제비뜨듯 신선한 아침을 노래하던 새는 겨울밤 깊은 잠을 비단실로 깁고 있다 노래도 재우고 울음도 잠재울 서서한 눈발이 한 생生을 휘갑치고 있다. - 시집 『독종』(2012, 북인).

洪海里 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

홍해리 시선집 『마음이 지워지다』 발간 김창집 2021. 7. 19. 16:34 ♧ 아내 쓸쓸한 허공 나지막이 비상하던 날개 여린 새 한 마리 다 늦은 가을 저녁 어스름 내 가슴에 와 깃을 치고 있느니 젖은 자리 또 적시며 울고 있느니. ♧ 입춘 추위 문을 열고 밖을 내다봅니다 어디 가고 싶냐 물어도 묵묵부답 조금 있다 또 문을 엽니다 밖에 나가고 싶냐 물어도 그냥 웃습니다 또 문을 열고 치어다봅니다 누굴 기다리느냐 물어 봐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또 다시 문을 열고 쳐다봅니다 속이 답답하냐 물어도 하늘만 바라보다 문을 닫습니다 입춘날 날씨 매섭게 찬데 어찌 봄이 오겠습니까? 문을 열면 칼바람만 제 세상인 듯 쩡쩡하니 밀려듭니다. ♧ 다저녁때 아내가 문을 나섭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홍해리 시인의 치매행致梅行 제4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가 출간되었다. 이로써 홍 시인은 치매행이란 이름의 ‘사부곡思婦曲’ 421편을 쓰기에 이르렀다. 병석의 아내를 향해 내쏟는 절절한 사랑의 노래를 이렇게 많이 토해낸 시인은 일찍이 없었다.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일이다. 한편 치매행은 간곡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거기에 담긴 맛깔스런 토속적인 시어들이 시의 향기를 더해 주고 있다. 이 간절한 노래들의 힘으로 병석의 아내가 어서 자리를 떨치고 일어섰으면 좋겠다. -임보(시인) ♧ 시인의 말 매화 찾아 먼 길을 걸었으나 아직도 눈은 내리고, 바람은 잔잔하나 꽃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걸 어찌 내 뜻대로 하랴 그간 숱한 흔적과 얼룩이 고운 무늬가 되어 이쪽과 저쪽을 이어 주기를 담담히, 그저, 바..

연꽃 바다 암자 한 채

* 재미화가 천세련 작품 연꽃 바다 암자 한 채 洪 海 里 1. 꽃은 핀 적도 진 적도 없다 은은한 향기 먼 기억으로 번질 뿐 꽃은 피지도 지지도 않는다. 2. 가벼운 목숨이 스치고 지나가는 암자의 하늘 조금은 쓸쓸한 물빛이 감돌아 동자승 눈썹 위에 연꽃이 피고 바람이 이슬방울 굴리고 있다. 3. 풍경소리 또르르 또르르 울고 있다. * 미디어 조계사 https:news.jogyesa.kr에서 옮김.

경칩驚蟄

* 그린기프트 전남. 2023.03.03. https://blog.naver.com/greengift15 경칩 홍 해 리 ​ ​ 하늘 화사하니 겨울을 벗고 나면 산이 웃기 시작한다 ​ 입이 떨어지고 슬슬슬 안면을 실룩이다 ​ 파안대소! 겨우내 입덧을 하던 숙근초 ​ 발가벗은 맨살로 산색을 무겁게 한다 ​ 하늘빛을 모아서 아지랑인 타오르고 ​ 아침 식탁엔 푸른 하늘이 내려 바람은 바다의 옆구리 파란 비늘을 달고 달려오고 있다. [출처] [전남사은품제작은 그린기프트전남] 하늘이 화사하니 겨울을 벗고나면 산이 웃기시작한다, 홍해리 시인의 '경칩'| [전남사은품제작은 그린기프트전남] 하늘이 화사하니 겨울을 벗고나면 산이 웃기시작한다, 홍해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대표 판촉물 쇼핑몰 그린기프트전남, 공공기관 우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