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박태기꽃 터지다 박태기꽃 터지다 洪 海 里 누가 태기라도 쳤는가 가지마다 펑펑펑 박 터지는 소리 와글와글 바글바글 우르르우르르 모여드는 시뻘건 눈들 조팝나무도 하얀 수수꽃다리도 휘청거리는 봄날 "뻥이야!" "펑!" 먼 산에 이는 이내. -『황금감옥』(2008, 우리글) * 박태기꽃은 http://blog.daum.net/dadapoem에서 옮김. 시화 및 영상詩 2010.05.13
<시> 복사꽃 그늘에서 복사꽃 그늘에서 洪 海 里 돌아서서 새실새실 웃기만 하던 계집애 여린 봄날을 후리러 언제 집을 뛰쳐나왔는지 바람도 그물에 와 걸리고 마는 대낮 연분홍 맨몸으로 팔락이고 있네. 신산한 적막강산 어지러운 꿈자리 노곤히 잠드는 꿈속에 길이 있다고 심란한 사내 달려가는 허공으로 언.. 시화 및 영상詩 2010.05.11
<시> 백모란白牡丹 백모란白牡丹 洪 海 里 첫날밤 난생 처음 남자 품에 안긴 신부 초록의 궁전 눈시린 백옥의 잠자리 꼬옥, 안고 찍어 놓은 백년 언약, 진홍 선혈 위 순금 화관! * 위의 백모란은 임보 시인댁 마당에 피어 있는 것입니다. 시화 및 영상詩 2010.05.10
[스크랩] 비백 출처 : 김성로(KIM SUNG RO)글쓴이 : 솔뫼 김성로 원글보기메모 : 비백飛白 洪 海 里 그의 글씨를 보면폭포가 쏟아진다물소리가 푸르다언제 터질지 모를불발탄이 숨겨져 있다한켠 텅 빈 공간마음이 비워지고바람소리 들린다펑! 터지는 폭발소리에멈칫 눈길이 멎자하얀 눈길이 펼쳐진다날아가던 새들도행렬을 바꾸어끼룩대면서글씨 속에 묻히고 만다길을 잃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한 구석에보일 듯 말 듯뒷짐지고 서 있던 그가 화선지에서 걸어 나온다. 시화 및 영상詩 2010.05.06
<시> 독종毒種 독종毒種 洪 海 里 1 세상에서 제일의 맛은 독이다 물고기 가운데 맛이 가장 좋은 놈은 독이 있는 복어다 2 가장 무서운 독종은 인간이다 그들의 눈에 들지 마라 아름답다고 그들이 눈독을 들이면 꽃은 시든다 귀여운 새싹이 손을 타면 애잎은 손독이 올라 그냥 말라 죽는다 그들이 함부로덤부로 뱉는 .. 시화 및 영상詩 2010.04.27
<시> 꽃양귀비 꽃양귀비 洪 海 里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기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넋을 놓는가. 귀 따갑게 쏟아지는 한낮의 햇살, 널 끌어안고 만신창이 만신창이 불타고 싶어라. -시집『淸別』(1989)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시화 및 영상詩 2010.04.25
[스크랩] 침묵/ 洪 海 里 침묵/ 洪 海 里 침묵만한 말이 세상에 없다 침묵은 침목처럼 말이 없다 바람이 울지 않듯, 나무는 천년의 말을 사약처럼 삼키며 살아서 꽃을 피우고 죽어 침목이 되어 침묵을 피운다 우리의 말도 꽃처럼 향기로울 때 말은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가 침묵이다 침묵은 향기롭다 침묵은 보석.. 시화 및 영상詩 2010.04.20
<시> 천남성天南星 천남성天南星 洪 海 里 남쪽 하늘에 뜬 별을 보고 첫 남자를 그리워하다 죽어서 천남성이 된 코브라 같은 여자 천의 사내들[千男性]이 저를 거쳐갔다고 그래도 첫 남자가 그립다고 젓대 소리 들리지 않아도 상반신을 곤추세워 춤을 추었던 것인가 독을 뿜으려 고개를 흔들었던 것인가 온몸이 바소[披.. 시화 및 영상詩 2010.04.19
<시> 홑동백꽃 홑동백꽃 洪 海 里 내가 한 가장 위대한 일은 너에게 '사랑해!' 라고 말한 것이었다 젖은 유서처럼 낮은 울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 네 입술이 내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나를 덮는 한 잎의 꽃 아지랑이 아지랑이. * 으름덩굴꽃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시화 및 영상詩 2010.04.17
<시> 독작하는 봄 독작하는 봄 洪 海 里 앵앵대는 벚나무 꽃그늘에서 홀로 앉아 술잔을 채우다 보니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 절로 날리고 마음은 자글자글 끓어 쌓는데 가슴속 눌어붙은 천년 그리움 절벽을 뛰어내리기 몇 차례였나 눈먼 그물을 마구 던져대는 봄바람 사랑이 무어라고 바르르 떨까 누가 화궁花宮으로 초.. 시화 및 영상詩 2010.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