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 사랑이여 가을에는 사랑이여 가을에는 네 몸에 불을 질러라 다 태워버려라 한여름 피어오르던 짙은 젊음 이제 마른 풀잎으로 남아 시든 허상뿐 겉불을 질러 겉으로 무성한 허무의 껍질 다 태우고 나면 허망한 잿더미 바람에 풀풀 날리고 다 쓸려가고 나면 남을 것은 이 지상엔 없다 땅 속 깊이 묻혀 불로도 타지 않.. 시화 및 영상詩 2010.06.24
[스크랩] 길에 대하여 - 洪海里 길에 대하여 - 洪海里 한평생을 길에서 살았다 발바닥에 길이 들었다 가는 길은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공간에서 제자리를 가고 시간에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 샛길로 오솔길을 가다 .. 시화 및 영상詩 2010.06.22
<시> 단오절端午節 단오절端午節 洪 海 里 바람이 창포꽃 입술을 빨고 있다 금방 노랗게 물이 들 때면 꾀꼬리 소리에 안개처럼 날리던 송홧가루는 이미 바닥이 나고 어느새 여린 송순 부쩍 자랐다 5월이라 초닷새 단옷날이면 창포에 머리 감은 어머니가 오신다 벌써 가신 지 몇 해인가 무장무장 밟히는 아쉬움만 흰구름.. 시화 및 영상詩 2010.06.16
<詩> 금강초롱 금강초롱 洪 海 里 초롱꽃은 해마다 곱게 피어서 금강경을 푸르게 설법하는데 쇠북은 언제 울어 네게 닿을까 내 귀는 언제 열려 너를 품을까. 너를 향해 열린 빗장 지르지 못해 부처도 절도 없는 귀먹은 산속에서 꽃초롱 밝혀 걸고 금강경을 파노니 내 가슴속 눈먼 쇠북 울릴 때까지 - 시화 및 영상詩 2010.06.14
[스크랩] 짧은시 8편 [2] - 洪海里 나의 詩는 북소리 한 자락 베지 못하는 녹슬어 무딘 칼, 이 빠진 칼 그 옆에 놓여 있는 네 마음 한 자락 베지 못하는. 반성 네 예쁜 얼굴 너무 많이 봤구나 네 아름다운 목소리 너무 오래 들었구나 네 고운 마음 너무 오래 훔쳐 왔구나 네 고요 속에 너무 길게 머물렀구나 아직도 깰 줄 모르는 나의 어리.. 시화 및 영상詩 2010.06.13
[스크랩] 짧은시 8편 [1] - 洪海里 자벌레 - 洪海里 몸으로 산을 만들었다 허물고, 다시 쌓았다 무너뜨린다. 그것이 온몸으로 세상을 재는 한평생의 길, 山은 몸속에 있는 무등無等의 산이다. 5월 무슨 한이 그리 깊어 품을 닫는지 그리움만 파도처럼 터져 나오고 밀려오는 초록 물결 어쩌지 못해 임자 없는 사랑 하나 업어 오겠네. 콩새.. 시화 및 영상詩 2010.06.13
[스크랩] 강가에 서다 - 洪海里 강가에 서다 - 洪海里 왜 강가에 서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다보는가 텅 빈 가슴으로 어처구니 빠진 맷돌처럼 우두커니 서서, 망연자실, 물결만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것은 다 잃고 나면 다 잊고 나면 다 버리고 나면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착해지고 싶어서일까 새벽마다 정화수井華水 길어다 놓고 정성 .. 시화 및 영상詩 2010.06.13
<시> 탁배기 타령 탁배기 타령 洪 海 里 텁텁한 탁배기 가득 따라서 한 동이 벌컥벌컥 들이켜면 든계집도 정이 들어 보쟁이는데 한오백년 가락으로 북이 우누나 가슴에 불이 붙어 온몸이 달아 모닥불로 타오르는 숯검정 사랑 꽹과리 장고 지잉지잉 징소리 한풀이 살풀이로 비잉빙 돌아서 상모도 열두 발로 어지러워라 .. 시화 및 영상詩 2010.06.08
<시> 망종芒種 ♧ 망종芒種 - 愛蘭 홍해리(洪海里) 고향집 텃논에 개구리 떼 그득하것다 울음소리 하늘까지 물기둥 솟구치것다 종달새 둥지마다 보리 익어 향긋하것다 들녘의 농부들도 눈코 뜰 새 없것다 저녁이면 은은한 등불 빛이 정답것다 서로들 곤비를 등에 지고 잠이 들것다. - 시집『愛蘭』(1998) * 들녘 품앗이.. 시화 및 영상詩 2010.06.06
[스크랩] 보리밭 - 洪海里 보리밭 - 洪海里 1 대지모신大地母神의 품 안 토양산성土壤酸性의 이랑마다 늦가을 햇살만 기운 채 빗기고 있었다 가랑잎을 갉아 먹으며 산자락을 휘돌아 온 앙상한 뼈바람이 풋풋한 흙 속의 한 알 보리를 흔들어 .. 시화 및 영상詩 201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