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 에로스, 그리고 놀이하는 시인 / 김석환(시인) 에로스, 그리고 놀이하는 시인 김석환 1. 에로스, 그 보이지 않는 흐느낌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시인이 살고 있다”는 프로이드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 욕망, 즉 에로스를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두가 시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 본능적 욕망은 사람으로 하여.. 시론 ·평론·시감상 2005.11.09
<시> 그리움 그리움 洪 海 里 대추꽃의 초록이나 탱자꽃의 하양, 들장미의 빨강이나 석류꽃의 선홍, 아니면 싸늘하나 따스히 녹는, 아이스크림같은 안타까움 한 줌. -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09
<시> 만남을 위하여 만남을 위하여 洪 海 里 아픔을 진주로 기르던 섬을 파도 하나가 찾아 갑니다 보이지 않던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던 섬을 한 섬을 넘쳐 흐르던 빛과 한 섬을 넘쳐 흐르던 어둠이 아픔을 이겨 쌓아 올리는 하나라는 나라를 위하여 그 나라 안 살아 있는 바다의 하늘과 바람의 산 별의 바다..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충청도 사투리 충청도 사투리 홍해리(洪海里) 은은한 은백색 은실같은 이슬비 호박꽃 위에 내리고 있다 늘어졌던 잎이 일어서고 있다. 호박벌이 한 마리 황금도포를 입고 꽃 속에서 기어나온다 깨어지는 하늘 파아란 바람.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법주사에서 법주사에서 홍해리(洪海里) 가지고 온 것 하나 없어도 가슴은 마냥 풍성하다 눈을 닦아주고 귀를 씻어주는 저 빛나는 햇살과 겨울 물소리 미투표자를 호명하는 확성기의 요란한 울림 골짜기의 꿋꿋한 소나무숲을 쓰러뜨리고 석연지에 어리는 부처님 미소까지 휘젓고 있는 저 수유의 바..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洪 海 里 갈비뼈 하나이던 너 이젠 나를 가득 채우고 압도하여 무명無明인 내가 나를 맞아 싸운다 불타는 뼈의 소리들이 이명으로 잉잉잉 울려오고 천으로 만으로 일어서고 있다 눈에 와 박히는 세상의 모든 물상이 허공중에 둥둥 떠오르고 꽃이 피는 괴로움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여름 기행 여름 紀行 洪 海 里 남으로 남으로 내달리는 차창 밖 푸른 산과 산 사이 강줄기 따라 대낮의 기름기 짙은 햇덩이는 탄다 포플러 숲을 지날 때면 젊은 시인들의 합창소리 부시고 논에 든 농부들의 청동빛 손 금빛 바람이 머릴 내밀고 있다 동구 밖 한 그루 느티 아래 한 마당 쏟아지는 매미소리 소나기 할아버지 손자가 잠에 취했다 칠석이 가까운 저녁 하늘엔 견우 직녀 눈물이라도 뿌리려는지 거북이 기고 있는 저수지 바닥 불볕이 내려 타면 탈수록 쇠뜨기 바랭이 개비름은 일어서고 피사리 김매기 농약뿌리기 손은 잠시 쉬일 날이 없어도 입추 지나 살진 바람 불어오는 날 한여름의 땀방울이 알알이 익어 하느님의 곳간까지 가득 채울 일.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가을의 도시에 서서 가을의 도시에 서서 홍해리(洪海里) 시멘트 바닥 철조망 아스팔트 위 하얀 씨앗들의 급보의 소나기 항복이다. 항복! 하는 비명을 치며 도시는 하릴없이 젖고 있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거리 현기증과 이명의 골목에서 영원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사색은 날개를 접고 죽어버렸는가 허깨비의 춤은 밤낮없..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바다 그림 앞에서 바다 그림 앞에서 홍해리(洪海里) 머리 허연 노인이 묵화를 치고 있었다 배는 남쪽으로 남쪽으로 출렁이고 주름투성이인 손 얼굴 그리고 온몸 노인은 옷을 하나하나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서서 바다를 치고 있었다 바다도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고 …… 속을 보여주지 않았다 눈을 감고 바라보면 대낮..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
<시> 꿈속 아이들 꿈속 아이들 홍해리(洪海里) 엊저녁 꿈속에선 아이들을 만났지 가슴마다 별이 총총 달도 밝게 떠서 가고 있더군 가만히 보니 눈이 하나씩 더 있더군 귀도 한 개가 더 달려 있고 목소리도 금빛 꿈으로 젖어 있더군 그 아이들을 만난 것은 우연한 일 어둠 속에서도 어두운 것을 모르고 나뭇..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200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