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연대기年代記 연대기年代記 洪 海 里 봄, 그 금빛 사태 아침은 강물소리로 열려 햇살은 금빛, 사태져 흐르고 죽음을 털고 일어서 열기를 더하는 가느란 생명, 짙은 호흡 겨우내 달아오르던 거대한 수목들의 뿌리며 몇 알 구근의 견고한 의지 단단한 밤의 안개를 털며 아픈 파도로 솟았다 청청한 구름을 ..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30
<시> 하지夏至 하지夏至 洪 海 里 낮이 길어질수록 바다에서 왔던 햇빛들이 하나씩 돌아가고 있다 골목길마다 끌려가는 사내들의 꽁무니에 뼈없는 일상이 흔들리고, 살로 걸어가는 사내들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마른 이야기를 건네는 젖은 바람의 손을 잡고 있다. 드디어 바닷속에 죽어 있던 여자들이 살아나와 물구나물 서고 있다. 가장 굵고 튼튼한 그림자를 던지는 가장 길고 건강한 사랑도 허허허! 하며 먼지를 털고 있다. 헛된 비만 때아니게 싸움에 지쳐 돌아가는 뜨거운 강의 등줄기를 내려치고 있다. - 시집 『花史記』(1975, 시문학사)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30
<시> 화사기 화사기花史記 하나 처음 내 가슴의 꽃밭은 열 여덟 살 시골처녀 그 환한 무명의 빛 살 비비는 비둘기 떼 미지의 아득한 꿈 흔들리는 순수의 密香 뿌연 새벽의 불빛 즐거운 아침의 연가 혼자서 피아프게 뒤채이던 늪 아침까지 출렁이며 울부짖는 꽃의 바람, 드디어의 開門. 둘 꽃밭의 꽃은 항상 은밀한 ..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거울 거울 洪 海 里 어둠이 짙을수록 더욱 똑똑히 보이는 내 영혼의 뼈와 살의 무늬들 전신이 맑아오는 칠흑의 세계 어디서 새벽녘 두레박 소리 들리고 어둠이 물러가는 그림자 보인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바람의 짓 바람의 짓 洪 海 里 세 치 혀끝에 부는 바람 바다도 잠 재우고 벌판도 압도하여 수미산의 구름도 걷우운다. 밝은 가을밭에 끝없이 돌아오는 영원한 기연이여. 이승의 아름다운 노래란 노래는 모두 담아서 날려라 풍선처럼 푸른 벌판에 다시 돌아올 모든 젖은 발들을 위하여 푸른 목소리를..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詩> 詩를 쓰는 이유 詩를 쓰는 이유 洪 海 里 십리 밖 여자가 자꾸 알찐대고 있다. 달 지나는지 하루살이처럼 앓고 있다. 돌과 바람 새 능구렝이가 울고 있다. 내 안을 기웃대는 눈이 빛나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낮잠 낮잠 洪 海 里 대낮 내 나른한 창문을 넘나드는 간간한 잠의 물결은 느슨한 은빛 수면에 햇살은 풀잎처럼 스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물결따라 반사한다 밝음 속에서도 스러지는 나의 잠 우리는 때때로 낮에도 절망한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아지랑이 3 아지랑이 · 3 洪 海 里 죽은 풀이파리 하나 어깨에 메고 이슬 속에서 일어서고 있는 지구 위엔, 기침소리만 살아남은 허기진 사내들의 싸움도 죽은 벌판에서 돌아오고, 갑자기 일어서는 수 천의 아우성 떼로 몰려 싸움을 돋우는 갓 꽃피는 소녀들, 햇빛이 쓸고 간 풀잎마다 여자들이 손을..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출청 출청出靑 洪 海 里 허이연 이빨을 들어낸 채 낮달은 산골짜기에 쳐박혀 있고 땅 속 깊숙이 들려오는 여자들의 발자욱 소리 뜬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산골물을 타고 내려온 풀씨들이 천릿길을 떠날 때 겨우내 감금 당했던 허무도 일어서고 문득 아침 식탁엔 벗은 햇살들이 모의에 열중이..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늪 늪 洪 海 里 Ⅰ 노을빛 밴 물풀 속 마름이 지천으로 익고 있다. 마름을 익힌 물향기가 왕잠자리 날개를 물들이고 있다. Ⅱ 갈잎에 베어지는 수면 물결의 반란이다. 북새치는 하루살이 떼 곤두박질 끝없는 함몰이다. 꽃빛 노을의 집중 파랗게 깨어지는 하늘의 눈물이다. Ⅲ 무당개구리, 수..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