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늘과 바람 바늘과 바람 洪 海 里 내게 허공이 생길 때마다 아내는 나의 빈자리를 용케도 찾아내어 그 자리마다 바늘을 하나씩 박아 놓습니다 한 개 한 개의 바늘이 천이 되고 만이 되어 가슴에 와 박힐 때마다 나는 신음으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서 비인 들판을 달려갑 니다 동양의 모든 고뇌는 다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9
<詩> 꽃 꽃 洪 海 里 이승의 꽃봉오린 하느님의 시한폭탄 때가 되면 절로 터져 세상 밝히고 눈 뜬 이들의 먼 눈을 다시 띄워서 저승까지 길 비추는 이승의 등불.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9
<詩> 여름 紀行 여름 紀行 홍해리(洪海里) 남으로 남으로 내달리는 차창 밖 푸른 산과 산 사이 강줄기 따라 대낮의 기름기 짙은 햇덩이는 탄다 포플러 숲을 지날 때면 젊은 시인들의 합창소리 부시고 논에 든 농부들의 청동빛 손 금빛 바람이 머릴 내밀고 있다 동구 밖 한 그루 느티 아래 한 마당 쏟아지는 매미소리 소..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9
<시>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홍해리(洪海里) 갈비뼈 하나이던 너 이젠 나를 가득 채우고 압도하여 無明인 내가 나를 맞아 싸운다 불타는 뼈의 소리들이 이명으로 잉잉잉 울려오고 천으로 만으로 일어서고 있다 눈에 와 박히는 세상의 모든 물상이 허공중에 둥둥 떠오르고 꽃이 피는 괴로움 앞에 서서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9
<시> 빛나는 계절 빛나는 계절 洪 海 里 예식장 가는 길목 조그만 꽃집 주인은 외출중 꽃이 피어 있다 비인 공간을 가득 채운 阡의 얼굴 파뿌리도 보인다 예식장 지하 신부 미용실 몇 송이 장미꽃의 분홍빛 친화 그들의 손과 손 사이 참숯으로 피일 저 서늘한 신부 호밀밭을 들락이던 바람을 타고 살찐 말의..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8
<詩> 우리들의 말 우리들의 말 洪 海 里 거리를 가다 무심코 눈을 뜨면 문득 눈 앞을 가로막는 산이 있다 머리칼 한 올 한 올에까지 검은 바람의 보이지 않는 손이 부끄러운 알몸의 시대 그 어둠을 가리우지 못하면서도 그 밝음을 비추이지 못하면서도 거지중천에서 날아오고 있다 한밤을 진땀으로 닦으며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8
<詩> 그리움을 위하여 그리움을 위하여 洪 海 里 서로 스쳐 지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너를 보고 불러도 들리지 않는 너를 허망한 이 거리에서 이 모래틈에서 창백한 이마를 날리고 섰는 너를 위하여, 그림자도 없이 흔들리며 돌아오는 오늘밤은 시를 쓸 것 만 같다 어두운 밤을 몇몇이 어우러져 막소주 몇 잔..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8
<시> 안개꽃 안개꽃 洪 海 里 살빛 고운 아기들이 꿈속에서 젖투정을 하고 있다 배냇짓으로 익은 하늘빛 아기들의 마을에는 늘 안개꽃이 피어 있다 무릎이 퍼렇도록 기는 토끼풀꽃 목걸이로 젖어 있는 울음 하나 고사리 손을 흔들어 흰 구름장을 목에 걸고 종종종 기고 있다 안개꽃 핀다. -시집『우리..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8
<시> 인수봉을 보며 인수봉을 보며 洪 海 里 봄이 오면 풀잎이 돋아나듯이 느글대는 피를 어쩔 수 없다 문득 차를 타고 4·19탑 근처를 서성거리다 인수봉을 올려다보면 그저 외연한 바위의 높이 가슴속 숨어 있는 부끄러움이 바람따라 똑똑히 되살아난다 백운대를 감고 도는 흰 구름장 벼랑에 버티고 선 작..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8
<시> 무교동武橋洞 · 1 무교동武橋洞 · 1 洪 海 里 빛나는 물, 빛인 물, 너 물이여 별인 물, 달인 물, 바람인 물, 불인 물, 무의미의 물이여 아득한 심장에 타는 불의 찬란한 불꽃이 잠들 때까지. 안개 속에서 누가 신방을 차리고 하염없음과 입맞추고 있다 바다에 익사한 30대 사내들 일어서는 손마다 별이 떨어지..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