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자귀나무꽃 자귀나무꽃 - 꽃시 1 洪 海 里 세모시 물항라 치마 저고리 꽃부채 펼쳐들어 햇빛 가리고 단내 날 듯 단내 날 듯 돌아가는 산모롱이 산그늘 뉘엿뉘엿 섧운 저녁답 살비치는 속살 내음 세모시 물항라. (시집『淸別』1989)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31
<詩> 대금산조 대금산조 - 耘波 송성묵의 연주를 들으며 홍해리(洪海里) 쌍골대 마디마디 구멍을 뚫어 여섯 개의 지공을 파고 청공 하나 칠성공 두 개 아홉 구멍이 취공의 호흡 따라 현현묘묘 울리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땅바닥에 좌정하고 젓대를 잡자 유구한 시간이 멎고 무변한 공간이..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31
<시> 우이동 일지 · 1 - 봄날에 우이동 일지 ·1 - 봄날에 洪 海 里 시도 때도 없이 울어쌓는 소쩍새.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내 마음. (시집『淸別』1989)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31
<詩> 시간과 죽음 시간과 죽음 洪 海 里 철커덕, 시간과 죽음의 문이 닫히고 빛도 소리도 완전히 차단되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딘가로 한없이 떨어져 내렸다 걱정의 눈빛들이 잠시 마주치다 돌아선 후 드디어 이승의 경계를 넘어서 굴러갔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다음 하나 두울 세엣 그리고 그만이었다..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31
<시> 너를 위하여 너를 위하여 홍해리(洪海里) 독새풀 일어서는 논두렁 자운영꽃같은 여자, 잔디풀 잠깨는 길가 키 작은 오랑캐꽃같은 여자, 과수원 울타리 탱자꽃같은 여자, 유채꽃 밭머리 조팝꽃같은 여자, 눈 덮인 온실 속 난초꽃같은 여자, 칼바람 맞고 서 있는 매화꽃같은 여자, 산등성이 홀로 피어 있는 들국화같..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30
<詩> 시인이여 시인詩人이여 홍해리(洪海里) 요즘 詩들은 시들하다 시들시들 자지러드는 한낮 호박잎의 흐느낌 마른 개울의 송사리 떼 겉으로 요란하고 울긋불긋 시끄럽다 비맞은 보리밭처럼 일어서지 못하고 천둥 번개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미쳐 거리를 헤매는 이도 독주에 절어 세상을 잊는 이도 없다 아무도 없..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30
<시> 난꽃이 피면 난꽃이 피면 홍해리(洪海里) Ⅰ 아무도 가지 않은 눈 위를 가고 있는 사람 모든 길이 눈 속으로 사라지고 길이 없는 이승을 홀로서 가는 쓸쓸한, 쓸쓸한 등이 보인다. Ⅱ 진초록 보석으로 날개를 달고 눈을 감고 눈을 뜬다 만 가지 시름이 적막 속으로 사라지고 가장 지순한 발바닥이 젖어 있다 내장산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30
<詩> 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홍해리(洪海里) 눈 내린 선운사 동백숲으로 동박새들 모여서 재재거리고 눈 위에 반짝이는 겨울 새소리 도솔암 오르는 길을 따라서 낭랑하게 선문답하는 개울 물소리 은빛으로 반짝반짝 몸을 재끼는 솔잎 사이 바람이 옷을 벗는다 암자엔 스님도 보이지 않고 풍경소리 홀로서 골을 울린다..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30
<시> 蘭아 蘭아 蘭아 蘭아 홍해리(洪海里) I 뼈가 없는 네게는 뼈가 있는데, 뼈가 있는 내게는 뼈가 없구나. II 너는 겨울밤의 비수요 대추나뭇가시 차돌멩이요 불꽃이다. III 네게는 햇빛으로 피는 평화 햇빛으로 쌓는 역사 햇빛으로 웃는 사랑 햇빛으로 아는 진실 햇빛으로 보는 영혼 햇빛으로 타는 침묵 햇빛으로 엮..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30
<시> 牛耳洞에서 우이동牛耳洞에서 떨리는 손을 모아 어둠 속에서 신부의 옷을 벗기우듯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인수봉仁壽峯과 백운봉白雲峯에 걸친 안개옷을 걷어올리는 하느님의 커다란 손이 보인다 비가 개이면 푸르른 솔밭 위로 드디어 드러나는 허연 허벅지 백운봉의 속살 젖을 대로 다 젖은 떨리..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