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무교동武橋洞 ·15 무교동武橋洞 ·15 洪 海 里 대한민국의 자궁 서울의 클리토리스. 하늘로부터 낙낙히 나부끼는 천의 만의 꽃잎들 하늘의 하얀 깃발들 푸른 목덜미를 내놓은 채 낮의 미로를 헤매이다 밤의 절벽으로 음산한 침묵을 깨며 내려 앉는다 내려 앉는다 창백한 웃음소리들. 잠자리 날개같은 하루..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7
<詩> 무교동武橋洞 · 6 무교동武橋洞 · 6 洪 海 里 하루의 해일에 밀린 사내들이 지쳐 시든 꽃밭으로 흘러들 때 갈길은 멀고 행선은 더뎌도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흐느낌으로 가득한 도시 허무하고 허무한 도시여 비어 있는 신부들은 그냥 비워두고 나팔꽃은 피고 나팔꽃은 벙글다 진다 뒤채이는 저문 골목의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7
<詩> 무교동武橋洞 · 3 무교동武橋洞 · 3 洪 海 里 허공에 스러지는 저녁놀처럼 우리는 스러지면서 돌아오는 길 위에 뿌연 안개만 젖어내리고 하루의 일에 굽은 어깨만 아프다. 사내들은 죽기 위하여, 포옹하기 위하여 저무는 저녁 숲 속에서 거지중천으로 달려가고 있다 내밀한 죽음은 진객, 순간의 착각을 위..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7
<시> 무교동武橋洞 · 2 무교동武橋洞 · 2 洪 海 里 안개가 내린다 녀릿녀릿 스물스물 내리는 한 떼의 어둠 짙어가는 어둠의 골목골목으로 가면을 쓴 수 천의 사내들 탈에 묻힌 숱한 여자들 빌딩과 빌딩 사이 끝없이 끝없이 내리는 줄기찬 우유빛 밤빗소리 어두운 대낮과 환한 밤을 이으며 춤추는 허무의 밤빗소..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7
<詩> 갯벌 갯벌 洪 海 里 노을이 타는 바닷속으로 소를 몰고 줄지어 들어가는 저녁녘의 女人들 노을빛이 살에 오른 바닷여인들. (시집『花史記』1975) * 1964년 여름 막막하던 인천 시절 바닷가에서 본 풍경을 스케치한 것인데 바로 인천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제 글 가운데 활자화된 첫 작품이어서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6
<詩> 화사기花史記 화사기花史記 洪 海 里 하나 처음 내 가슴의 꽃밭은 열 여덟 살 시골처녀 그 환한 무명의 빛 살 비비는 비둘기 떼 미지의 아득한 꿈 흔들리는 순수의 密香 뿌연 새벽의 불빛 즐거운 아침의 연가 혼자서 피아프게 뒤채이던 늪 아침까지 출렁이며 울부짖는 꽃의 바람, 드디어의 開門. 둘 꽃..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6
<시> 詩를 쓰는 理由 詩를 쓰는 理由 洪 海 里 십리 밖 女子가 자꾸 알찐대고 있다. 달 지나는지 하루살이처럼 앓고 있다. 돌과 바람 새 능구렝이가 울고 있다. 내 안을 기웃대는 눈이 빛나고 있다. (시집『花史記』1975)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6
<시> 연대기年代記 연대기年代記 洪 海 里 봄, 그 금빛 사태 아침은 강물소리로 열려 햇살은 금빛, 사태져 흐르고 죽음을 털고 일어서 열기를 더하는 가느란 생명, 짙은 호흡 겨우내 달아오르던 거대한 수목들의 뿌리며 몇 알 구근의 견고한 의지 단단한 밤의 안개를 털며 아픈 파도로 솟았다 청청한 구름을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6
<詩> 다시 가을에 서서 다시 가을에 서서 洪 海 里 샐비아 활활 타는 길가 주막에 소주병이 빨갛게 타고 있다 불길 담담한 저녁 노을을 유리컵에 담고 있는 주모는 루비 영롱한 스칼릿 세이지빛 반짝이는 혀를 수없이 뱉고 있다 그미의 손톱이 튀어나와 어둠이 되고 파도가 되고 있다 살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석..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6
<시> 겨울아침의주차장에서 겨울아침의주차장에서 洪 海 里 겨울아침의주차장은항구였다 난장판된수라장이었다 안개덮인대폿집의한창때였다 통통대는목선들의아우성이었다 사람마다통통배엿다 약속도없는사람들이서로의이마빡에서 깨진활자의웃음을읽고있었다 까마귀가어둡게빙빙돌고있었다 초라한넋들도..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