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우이동 시인들 牛耳洞 詩人들 홍해리(洪海里) 시도때도없이 인수봉을 안고 노는 도둑놈들 집도절도없이 백운대 위에 잠을 자는 도둑놈들 죽도밥도없이 우이천 물소리만 퍼마시는 도둑놈들 풀잎에도 흔들리고 꽃잎에 혼절하는 천지간에 막막한 도둑놈들! (시집『투명한 슬픔』1996)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3
<詩> 시인이여 詩人이여 시인이여 詩人이여 - 詩丸 洪 海 里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 무엇 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볼 일 산속에 숨어 사는 곧은 선비야 때 되면 산천초목 시를 토하듯 금결 같은 은결 같은 옥 같은 시를 붓 꺾어 가슴속에 새겨 두어라. 시 쓰는 일 부질없어 귀를 씻으면 바람소리 저 계곡에..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2
<詩> 난초밭 일궈 놓고 난초밭 일궈 놓고 洪 海 里 백운봉 바위 아래 한 뼘 땅을 갈아엎고 몇 그루 난을 세워 바람소리 일으키니 그 바람 북으로 울다 피리소리 토해내고 푸른 칼날 번쩍이며 달빛 모아 춤을 엮네.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2
<시> 다시 보길도에서 다시 보길도에서 洪 海 里 노화도 이목에서 맑은 물로 마음 한번 헹구고 청별나루에 내리면 이별을 안고 맞는 적자산 이마 아래 젖은 머리 쳐들고 꺼이꺼이 꺽꺽꺽 우는 물결아 발목 잡고 매달리는 푸른 치맛자락도 예송리 바닷가 검은 자갈도 중리 맑은 모래밭이나 선창바다도 팽나무 ..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2
<詩> 옹기민속박물관 옹기민속박물관 甕器民俗博物館 洪 海 里 1 길이 보인다 조상들이 넘던 먼지 풀풀 황토길 그리움으로 젖어 있는 다정한 손길과 발길이 이곳에 오면 불쌍한 누이의 눈물도 맺혀 있고 어머니의 물긷는 소리 할머니의 한숨소리도 담겨 있다 새벽 일찍 거름을 내시던 아버지의 기침 소리 할아버지 바튼 호흡 무거운 어깨 그 너머 나란히 키재기하는 곰살궂은 장독대 햇살은 언제나 따숩게 쏟아지고 잘 곰삭아 익어가는 간장 된장 고추장--- 아랫목에 별빛으로 고이는 술내음 소금독에선 소금이 생활의 간을 맞추고 큰 독마다 오곡이 피우는 무지개 곰비임비 사랑을 쌓아 올리는 백제 조선의 마을 고삿고삿 천년 하늘을 씻어내리는 흰옷 입은 사람들의 정성이여, 이곳에 오면 천년이 보인다, 천년이 들린다. 2 멋 부려 꾸미지 않고 비어 있어도..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2
<詩> 은자의 북 은자의 북 홍해리(洪海里) 나의 詩는 북, 은자의 북이다 삶의 빛과 향으로 엮는 생명의 속삭임과 격랑으로 우는, 북한산 물소리에 눈을 씻고 새소리로 귀를 채워 바람소리, 흙냄새로 마음 울리는 나의 시는 북이다, 隱者의 북. (시집『은자의 북』1992)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1
<詩> 난초 이파리 난초 이파리 洪 海 里 부러질 듯 나부끼는 가는 허리에 천년 세월이 안개인 듯 감기고 있는 듯 없는 듯 번져 오는 초록빛 황홀 해 뜨고 달 지는 일 하염없어라. (시집『은자의 북』1992)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1
<시> 素心 開花 素心 開花 洪 海 里 한가을 둥근달 맑은 빛살로 바느질 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밤 도와 마름하여 첫날밤 지샌 새댁 정화수 앞에 놓고 두 손 모으다 바람도 자는데 바르르 떠는 하늘빛 고운 울음 영원 같은 거 엷은 고요 무봉천의 한 자락 홀로 맑은 지상의 한 뼘 자리 젖빛 향기 속 선녀 하강하다. (시집..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1
<시> 세란헌 洗蘭軒세란헌 洪 海 里 하늘이 씻은 너를 내 다시 씻노니 내 몸에 끼는 덧없는 세월의 티끌 부질없이 헛되고 헛된 일이 어리석구나 동향마루 바람이 언뜻 눈썹에 차다. *세란헌 : 우이동에서 난을 기르고 있는 달팽이집만한 마루임. (시집『은자의 북』1992)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1
<詩> 시 한 편 시 한 편 홍해리(洪海里) 난 속에 암자 암자 속에 비구니 비구니의 독경 독경의 푸른 빛. (시집『은자의 북』1992)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200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