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119

개망초꽃 추억

개망초꽃 추억 洪 海 里 막걸리 한잔에 가슴 따숩던 어둡고 춥던 육십년대 술 마셔 주고 안주 비우는 일로 밥벌이하던 적이 있었지 서문동 골목길의 막걸리집 인심 좋고 몸피 푸짐한 뚱띵이 주모 만나다 보면 정이 든다고 자그맣고 음전하던 심한 사투리 경상도 계집애 좋아한다 말은 못하고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묻던 그냥 그냥 말만 해 달라더니 금빛 목걸이를 달아주고 달아난 얼굴이 하얗던 계집애 가버린 반생이 뜬세상 뜬정이라고 아무데서나 구름처럼 피어나는 서럽고 치사스런 정분이 집 나간 며느리 대신 손자들 달걀 프라이나 부치고 있는가 지상에 뿌려진 개망초 꽃구름 시월 들판에도 푸르게 피어나네. - 시집『황금감옥』(2008, 우리글) * http://blog.daum.net/hong1852 * 2018. 07. 28..

참꽃女子 · 1 ~ 15

참꽃女子 洪 海 里 1. 하늘까지 분홍 물 질펀히 들여놓는 닿으면 녹을 듯한 입술뿐인 그 女子. 2. 두견새 울어 예면 피를 토해서 산등성이 불 지르고 타고 있는 그 女子. 섭섭히 그을리는 저녁놀빛 목숨으로 거듭살이 신명나서 피고 지는 그 女子. 3. 무더기 지는 시름 입 가리고 돌아서서 속살로 몸살하며 한풀고 살을 푸는 그 女子. 눈물로 울음으로 달빛 젖은 능선 따라 버선발 꽃술 들고 춤을 추는 그 女子. 4. 긴 봄날 타는 불에 데지 않는 살 그리움 또아리 튼 뽀얀 목의 그 女子. 안달 나네 안달 나네 천지간에 푸른 휘장 아파라 아파라 바르르 떠는 이슬구슬 그 女子. 5. 바람처럼 물길처럼 넋을 잃고 떠돌다 눈물 뚝뚝 고개 꺾고 재로 남는 그 女子. 6. 산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파르르파르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