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꽃을 위하여 洪 海 里 한겨울 내내 눈감고 누워 허위허위 널 기다린 겨운 세월이었다 너는 어디쯤 오고 있는가 텅 빈 지상은 햇빛 찬란한 지옥이구나 몇 번이나 달이 부풀었는지 그러다 소리 없이 봄날이 갔다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라고 뜬눈의 한 생 목탁소리 한 번 들은 적 없으나 절명의 삶은 결코 죽은 것이 아니지만 나 없는 세상 푸른 울음 사라지고 가을이면 통곡 같은 불꽃으로 넘쳐나리라 때늦게야 솟아오를 널 참지 못하고 내가 떠난 세상 부디 극락이거라 올해도 하릴없이 나 돌아간다, 이제 겨우내 탈옥을 꿈꾸던 외로운 잠에 들리라 영원히 못 이룰 상봉의 천년 꿈을 위하여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