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120

목백일홍

목백일홍 洪 海 里 어디선가 배롱배롱 웃는 소리 들렸다 해질녘 저 여자 홀딱 벗은 아랫도리 거기를 바람이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 깔깔깔 서편 하늘로 빨갛게 오르는 불을 끄려 제 발 저린 바람은 손가락 볼우물을 파고 제 마음 뜸들일 새도 없이 추파를 흘리는 여자 자리자리 꺄륵꺄륵거리며 포롱포롱 날아오르는 저 여자 엉덩이 아래 깔리는 그늘도 빨개 몸이 뜨거워져 설레는 것은 내가 아니었던가 나 아니었던가 몰라.

천남성

천남성天南星 洪 海 里 남쪽 하늘에 뜬 별을 보고 첫 남자를 그리워하다 죽어서 천남성이 된 코브라 같은 여자 천의 사내들[千男性]이 저를 거쳐갔다고 그래도 첫 남자가 그립다고 젓대 소리 들리지 않아도 상반신을 곧추세워 춤을 추었던 것인가 독을 뿜으려 고개를 흔들었던 것인가 온몸이 바소[披鍼]가 되어 사내들을 째려는 듯 째려보는 저 눈 슬픔으로 가득한 저 눈 이제는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하는 천남성天南星으로 피어 있는 저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