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달개비꽃 피다 달개비꽃 피다 洪 海 里 언제 쪽물을 다 뽑아다 꽃을 피웠느냐 여리디여린 물 같은 계집아 네 머리에는 하늘이 내려와 나비날개를 펼쳐 놓았다 모진 세월 멀리 돌아온 사내 허공 한 번 쳐다보고 너 한 번 바라본다 대낮에도 감추지 않고 당당히 드러낸 은밀한 네 쪽문이 환히 열려 있다 한여름 땡볕에 .. 꽃시집『금강초롱』(2013) 2010.10.17
<시> 벌금자리 벌금자리 洪 海 里 벼룩이자리 벼룩은 어디로 튀고 어쩌다 벌금자리가 되었을까 청보리 한창 익어갈 때면 이랑마다 그녀가 머리 흐트러진 줄도 모르고 살보시하려 달뜬 가슴을 살포시 풀어헤쳐 천지간에 단내가 폴폴 나는 것이었다 벼락같이 달려드는 바람의 보드란 혀 다디단 세상이 갑.. 꽃시집『금강초롱』(2013) 2010.10.17
<시> 꽃무릇 천지 꽃무릇 천지 洪 海 里 우리들이 오가는 나들목이 어디런가 너의 꽃시절을 함께 못할 때 나는 네게로 와 잎으로 서고 나의 푸른 집에 오지 못할 때 너는 내게로 와서 꽃으로 피어라 나는 너의 차꼬가 되고 너는 내 수갑이 되어 속속곳 바람으로 이 푸른 가을날 깊은 하늘을 사무치게 하니 안안팎으로 가.. 꽃시집『금강초롱』(2013) 2010.10.17
<시> 맥문동 꽃길 맥문동 꽃길 洪 海 里 맥문동 꽃몽둥이 보랏빛으로 너에게 늘씬하니 얻어터져서 한 석 달 열흘 가량 눕고 싶어라 온몸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못하고 푸르게 푸르게나 죽고 싶어라. 마음이 시려워도 울지 못하고 열나흘 열엿새쯤 그것도 칠월 달빛 받아 꽃보라 흐.. 꽃시집『금강초롱』(2013) 2010.10.17
<시> 능소화 전문 능소화 전문 洪 海 里 올라가야 내려가는 것을, 어찌 모르랴 모르랴마는 너야 죽거나 말거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고 숨통을 끊어야 한다며 흐느적이는 빈 구석 그늘 속으로, 몰입이다 황홀이다 착각이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저 바람 막 피어나는 꽃이 눈부시게 흔들려 치렁치렁 그넷줄이 천 길이네 흔.. 꽃시집『금강초롱』(2013) 2010.10.17
<시> 쑥부쟁이 쑥부쟁이 洪 海 里 산등성이 돌아서 바람 가는데 해 종일 기다리는 여린 누이야 기나긴 근심 걱정 눈이 짓물러 가지 끝에 매다는 연자주 꽃잎 널 보는 이들마다 마음이 휘어 눈물 찍어 꺽꺽꺽 울음 토해도 오늘은 돌아서서 울지 말거라 쑥 내음 안섶 여민 어린 누이야. -시집『비밀』(2010) * 쑥부쟁이는 .. 꽃시집『금강초롱』(2013) 2010.10.17
<시> 벼꽃 일다 벼꽃 일다 洪 海 里 벼꽃 이는 걸 보셨는가 벼도 꽃을 피운다는 걸 아시는가 아침나절 씨껍질 슬그머니 열고 암술 수술이 만나, 자릿자릿 짝짓기를 하고 슬그머니 문을 닫는다 그래야 알이 차고 여물어 밥이 되는 것을 아시는가 벌써 푸른 논에서는 햅쌀밥물 잦히는 냄새가 난다 새 보는 할아버지 새참.. 꽃시집『금강초롱』(2013) 2010.08.27
<시> 목백일홍 목백일홍 洪 海 里 어디선가 배롱배롱 웃는 소리 들렸다 해질녘 저 여자 홀딱 벗은 아랫도리 거기를 바람이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 깔깔깔 서편 하늘로 빨갛게 오르는 불을 끄려 제 발 저린 바람은 손가락 볼우물을 파고 제 마음 뜸들일 새도 없이 추파를 흘리는 여자 자리자리 꺄륵꺄륵거리며 포롱포롱 날아오르는 저 여자 엉덩이 아래 깔리는 그늘도 빨개 몸이 뜨거워져 설레는 것은 내가 아니었던가 나 아니었던가 몰라. * 고인돌 위의 돌탑과 배롱나무 꽃시집『금강초롱』(2013) 2010.07.27
<시> 꽃이 피면 바람 분다 꽃이 피면 바람 분다 洪 海 里 꽃이 피면 어김없이 바람이 부는 까닭은 산통으로 흘린 땀 식혀 주려는 뜻이고, 꽃이 피고 나서 날씨가 쌀쌀해지는 것은 오래도록 그대 곁에 있고 싶기 때문이다. * 삼지닥나무는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꽃시집『금강초롱』(2013) 2010.04.15
<시> 할미꽃 할미꽃 洪 海 里 생전에 고개 한 번 들지 못한 삶이었으니 죽어서도 여전하구나 있을 때 잘해! 라고 말들 하지 지금 여기가 극락인 줄 모르고 떨며 사는 삶이 얼마나 추우랴 천둥으로 울던 아픈 삶이었기 시린 넋으로 서서 절망을 피워 올려 보지만 자줏빛 한숨소리 우뢰처럼 우는 산자락 .. 꽃시집『금강초롱』(2013) 201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