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자란과 웅란 자란과 웅란 - 愛蘭 洪 海 里 같이 잠이 들고 함게 눈을 뜨는 구름 타고 빗속에 들고 빗속에서 꽃 속에 드는 꽃 속에서 꿈 속에 들고 꿈 속에서 하늘 오르는 잠들 때 곁에 있고 눈뜰 때 옆에 있는.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1
<시> 세엽풍란 세엽풍란細葉風蘭 -愛蘭 잠든 영혼 깨우는 바위의 독송이다 가슴 깊이 파고드는 날선 파도다 푸른 빛 발하는 마음 속 비수다 번쩍번쩍 치는 고승의 할喝이다.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1
<시> 하란 개화 하란 개화 夏蘭開花 - 愛蘭 홍해리(洪海里) 진통의 밤이 지난, 새벽 문 열자 찰랑찰랑하던, 향기 드디어 넘쳐나네 먼먼 우주에서, 오는 그대의 입김 불립문자不立文字로 피어나네 외로운 넋으로 목을 뽑듯, 올리는 뽀얀 살빛의 염화미소拈華微笑이네 찬란한 비상을, 꿈구는 마음으로, 그리는 가슴에 화..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1
<시> 난이여 사랑이여 난蘭이여 사랑이여 - 애란愛蘭 홍해리(洪海里) 부시게 마음이 가벼운 봄날 먼지 알갱이 하나에 천년 굴을 파다 문득 하늘에 날아가는 한 마리 새를 보네 한평생을 사는 것이 모래 한 알밖에 아니 먼지 알갱이 에 더하겠느냐 땀 한 방울도 못 되는 목숨으로 살아가 면서 악머구리로 세상이 시끄럽게 울..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0
<시> 밀항 밀항密航 - 애란 홍해리(洪海里) 끊자 끊자 하면서도 끊지 못하고 그만두자 그만두자 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고 끝이다 끝이다 하면서도 끝이지 못하고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다 하면서도 마지막이지 못하고 한번만이다 한번만이다 하면서도 한번만이지 못하고 이번에도 무작정 견우는 직녀 찾아나서..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0
<詩> 무위無爲의 시詩 무위無爲의 시詩 -愛蘭 洪 海 里 너는 늘 가득 차 있어 네 앞에 서면 나는 비어 있을 뿐 ㅡ 너는 언제나 무위의 시 무위의 춤 무위의 노래 나의 언어로 쌓을 수 없는 성 한밤이면 너는 수묵빛 사색의 이마가 별처럼 빛나, 나는 초록빛 희망이라고 초록빛 사랑이라고 초록빛 슬픔이라고 쓴다..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09
<시> 자란행 자란행紫蘭行 - 愛蘭 洪 海 里 한번 꽃을 피우고 나면 가을이 오고 한 해가 기우는데 거리마다 외투깃 슬몃 올리는 허허한 시간 가을걷이 끝내고 혼불만 붙어 있는 빈 몸 더 밝은 빛을 위하여 속울음을 잠재우나니 자란자란 차오르는 보랏빛 그리움 따스한 대지의 보드라운 살에 꼬옥 꼭 박아 놓고 있..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09
<시> 한란을 노래하다 한란寒蘭을 노래하다 -愛蘭 洪 海 里 한 해의 짐을 부릴 때쯤 헛헛한 가슴에 언뜻 솟아오르는 머언 소식 쓸어버리고 싶은 헐벗은 마음 차가운 바람에 날려보내고 해질녘 낯설고 막막한 거리 마음을 비우고 서면 아우성치듯 날아오르는 기러기 떼 외로움 모두 에워버리고 서러움 모두 씻어버리고 괴로..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09
<시> 백지 백지白紙 - 愛蘭 빈 것밖에 없는 나를 채울 이 그대뿐 나에게 남은 한마디 오직 이 말뿐 내 그대에게서 익고 또 익고 곰삭아 순도 높은 독한 술이 되고저 다 녹아 내려 마침내 한 방울 이슬이고저.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09
<시> 난초꽃 피면 난초꽃 피면 - 애란愛蘭 봄이 오면 난초꽃 피고 그대 얼굴을 열면 옷깃에 찬 추위가 별것이랴 남녘에서 제비 떼 날아와 잘한다, 잘한다! 우지지는데 뿌리까지 흔들어 종소리 울리는 그대 가슴에 꽃이 피리야 보랏빛 종소리로 울리리야 이것 봐, 이것 봐라! 하며 고갤 쳐드는 저 여린 꽃대궁 어이하리야 ..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