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시인의 집 <세란헌洗蘭軒>

취미 - 愛蘭 洪 海 里 겨울날 솔잎 사이로 스미는 그대 곁 한 뼘 양지.

마지막 꽃잎 - 愛蘭 洪 海 里 서쪽으로 쓸리는 쓸쓸한 꽃잎 허기진 저 새가 물고 가네 무주공산 가득 차는 풀피리 소리 자꾸만 울고 싶어 가선이 젖어 물소리 바이없이 잦아드는데 마지막 눈물에 젖은 꽃잎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나 막무가내 막무가내 바람이 차네. - 시집『愛蘭』(1998)

일경구화一莖九華 - 愛蘭 洪 海 里 바람 센 세상 속 갈대 억새 허리 휘어도 새들의 노래 변치 않듯이 그대여 먼먼 산길 돌아가면서 변함없는 초록 세상 그리워하자 따스한 마을 불빛 그리워하자 마음 갈피마다 그리움 묻어 놓고 빛나는 영혼으로 감싸안는 우리들의 사랑 마음 달아 온몸 달아 한 목소리..

풍란風蘭 - 愛蘭 洪 海 里 그대는 백 리 밖에서도 잘 들린다, 그대의 향기 재실재실 웃는 파도에 밀리는 목선같이 오는 향이여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에 별을 묻는것 아니랴 그리하여 별은 꽃에 와 안기고 백 리 밖까지도 향으로 바다를 넘실거리게 하거니 저 먼 섬 향으로 불 밝힌 등대여 바람에 흔들리..

비란秘蘭 - 愛蘭 홍해리(洪海里) 바다에도 난 하늘에도 난 대금 구멍에도 난 풍경 소리에도 난 눈에도 난 귀에도 난 기러기에도 난 소쩍새에도 난 달에도 난 별에도 난 밥에도 난 술에도 난.

초금草琴 - 愛蘭 홍해리(洪海里) 네 잎에 입을 대면 너는 초록빛 악기가 된다 네 몸에서 울려나오는 맑은 가락, 가락 시린 삶 서룬 세월 다숩게 데우는 소리 빈 뜰 가득 달빛 쌓이고 인수봉 눈빛 더욱 맑고 차가워도 삭아내리는 이승을 넉넉히 노래하는 너는 초록빛 살아 있는 악기가 된다.

나도풍란 - 愛蘭 홍해리(洪海里) 바다 보고 독경하는 바위 위 동자스님 향 사르고 두 손 모으면 섬은 목탁 파도는 염불.

의란意蘭 - 愛蘭 기쁨에도 난 근심에도 난 자정에도 난 대낮에도 난 노래에도 난 눈물에도 난 봄밤에도 난 갈낮에도 난 꿈 속에도 난 생시에도 난 그리움에도 난 서러움에도 난.

난은 홀로 가득하다 - 愛蘭 돌 사이 지주 박아 한 층 한 층 쌓는 탑 그리움으로 가슴 저미는 사랑 혼자서 스스로를 삭이고 난은 지족의 팔을 늘여 제사날로* 꽃그늘 이루나니 몸 열고 마음 풀면 여백 가득 스미는 눈썹 끝 너의 그림자 서릿발 눈발이 쳐도 다뜻한 지창 안, 오롯한 한 채의 탑..

선택 - 愛蘭 홍해리(洪海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너에게 빠져들면, 그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다 너에게 젖어들면,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