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분 수분受粉 - 愛蘭 홍해리(洪海里) 1 눈독만 들이다 끝이 난다면 얼마나 슬픈 아름다움이랴 네 잎을 따서 이렇게 살겠노라고 펄펄 끓는 피로 유서를 쓰듯, 유서를 쓰듯 무작정 가슴에 불을 붙이면 여명의 하늘에 비쳐오는 아름다운 죄 한평생 품고 살아갈 형벌 털어보면 모두 먼지뿐인 하늘 아래 세상일..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2
<시> 아리랑 아리랑 - 愛蘭 홍해리(洪海里) 꽃대머리 꽃대머리 발목잡혀 얼음 속에 꽃 피우고 절망 속에 향 사루면 후제까지 후제까지 날지 못해 발병나네 발병나네.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2
<시> 상강에도 난은 피어 상강霜降에도 난蘭은 피어 - 애란愛蘭 洪 海 里 찬 서리 지천으로 내려 쌓여도 온 산천 불이 붙어 눈을 데이네 타는 가슴 목마름을 어이하리야 불끈 새벽 이 하늘을 어이하리야 불끈 새벽 이 하늘을 어이하리야.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2
<시> 보춘화 보춘화報春花 - 애란愛蘭 洪 海 里 2월이 오면 너에게서 말씀 하나가 서네 불안한, 불가해한, 불가사의한, 세상 네 속으로 들어가 머물 별 하나 찾아보네 참, 오래 기다렸다 지난해 무덥던 삼복 중에 너를 만나 멀리도 왔구나, 난아 모랫바람길 가는 낙타처럼 면벽하고 있는 수도승처럼 더 ..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2
<시> 채란행 채란행採蘭行 - 愛蘭 홍해리(洪海里) 눈물은 순수의 보석 눈물 속으로, 보석 속으로 달려가는 추억은 마음의 고향 항구와 역이 그리워하는 추억으로 후진하는 배와 열차는 아름다운가 주말마다 호남선 야간열차를 탔지 정읍으로 장성으로 고창 담양 화순으로 ㅡ 돌아오는 화물열차는 늘 비어 있었지..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2
<시> 춘란소심 개화 춘란소심 개화 春蘭素心開花 - 愛蘭 洪 海 里 아지랑이 아른아른 복사꽃 허공 피가 도는 산자락 눈푸른 바람 그 바람 입김따라 여린 꽃대궁 바르르 떨고 있는 눈물빛 입술.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2
<시> 한로 한로寒露 -愛蘭 홍해리(洪海里) 가을 가는데 저 난꽃 어쩌지 오늘은 한로 마음놓고 벗어 던진 푸른 몸 적시는 은빛 이슬 슬픔 같은 삶 헤어지자고 헤어지자고 온몸으로 우는 저 막막한 하늘 밑 밤이면 이슬에 젖을 저 난꽃 어쩌지. * 여름 햇살이 좋아 생각 없이 푸른 몸 벗었는데, 벌써 찬이슬이 내린다..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2
<시> 난에게 난蘭에게 - 愛蘭 洪 海 里 난은 울지 않는다 그립고 그리우면 눈물 같은 꽃을 올린다 말없는 향이 천리를 밝힐 때 천지 가득 흐르는 피리 소리여 그대 가슴속 깊은 우물에 비치는 세상은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가 내일은 대낮에도 별이 뜬다. - 시집『愛蘭』(1998)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1
<시> 꽃대궁 올리는 때 꽃대궁 올리는 때 - 愛蘭 洪 海 里 꽃대궁 올리는 꿈결 같은 때 꽃송이 아랫자리 눈물로 쉼표 찍고 낮아지자고 낮아지자고 속삭이듯 꽃은 피어 품안의 것 잊어버리자고 눈물 같은 꽃이나 피우자고 고운 혼 불을 놓아 꽃 같은 날개 날고지고 날고지고.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1
<시> 한란에게 한란寒蘭에게 - 愛蘭 홍해리(洪海里) 난초꽃이 피었다 바람이 분다 상강 지나 산천에 불이 붙는데 가슴 깊이 푸르른 물결이 일어 뜬 마음 여며 안고 그대를 보니 굽이굽이 서리는 설레임으로 온 세상 가득 채운 볼 붉은 풀꽃 난초꽃이 피었다 바람이 맑다.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