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아득 - 치매행致梅行 · 338 까마아득 - 치매행致梅行 · 338 洪 海 里 추석 아침입니다 秋夕은 가을 저녁인데 몇 시간 더 있어야 보름달이 둥두럿이 떠오르는 한가위가 됩니다 자식들이 왔다 가고 또 왔다 갔습니다 얼굴 한번 바라보고 봉투 하나 놓고 갔습니다 그러면 잘한 것이지요 뭘 더 바라겠습니까 아내에게 환..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2018.09.24
그때 - 치매행 致梅行 · 337 그때 - 치매행致梅行 · 337 洪 海 里 아내가 걸을 수 있었을 때 한 발짝 앞세우고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가게 했던 적 있습니다 "왼쪽?", "오른쪽?" 하면 갈 길을 손으로 가리키곤 하던 때 그때만 해도 좋았습니다 볼펜을 달라 하면 가위를 가져오고 신문을 가져오라 하면 시계를 주던 그때, ..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2018.09.22
아내의 생일 - 치매행致梅行 · 336 아내의 생일 - 치매행致梅行 · 336 洪 海 里 9월 6일, 음력 칠월 스무이렛날 아내의 생일인데 오늘이 칠순인데 아내는 이것도 저것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면 엊그젠데 참으로 먼 길이었습니다 아내의 길은 돌아 돌아서 매화 피는 마을까지 다시 먼 길을 가고 있는 아내의 나라 오늘을 접으..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2018.09.06
그대들은 안녕하신가 - 치매행致梅行 · 335 그대들은 안녕하신가 - 치매행致梅行 · 335 洪 海 里 바람 불면 바람 따르고 물결 치면 물결 따르고 그냥 그렇게 밀리고 쓸리고. 풀꽃 만나면 풀꽃 되고 새를 만나면 새와 놀고 그냥 그렇게 피고 지고 놀고 가고.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2018.09.06
인지증認知症 - 치매행致梅行 · 334 인지증認知症 - 치매행致梅行 · 334 洪 海 里 세상에 속상한 일 한둘인가 어디 '나'를 두고 다른 사람이 되다니 '나'를 어디 두고 이리 헤매는가 환한 이쪽을 두고 어찌 어둡고 칙칙한 그쪽에서 홀로 가고 있는가, 아내여! * 인지증은 치매를 달리 이르는 말.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2018.09.05
만시지탄 - 치매행致梅行 · 333 만시지탄 - 치매행致梅行 · 333 洪 海 里 왜 그때는 안 보였을까 아니 왜 내가 못 보았을까 그때는 왜 안 들렸을까 아니 왜 못 들었던 것인가 이제서야 지난날이 가슴속에 들어오다니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한 것이 이제 와서 나를 울리다니 내 가슴에 못으로 박히다니 시간은 모든..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2018.09.05
시간은 제자리 - 치매행致梅行 · 332 시간은 제자리 - 치매행致梅行 · 332 洪 海 里 누워 있는 아내를 내려다보면 두 눈에 고요한 원망이 그렁그렁 망연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바람이 와서 운다 산 하나 넘고 나면 더 높은 산이 막아서고 강을 건너면 또 다른 강이 검푸르게 넘실거린다 어쩌자고 시간은 아득바득 흘러가..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2018.09.05
치과에서 - 치매행致梅行 · 331 치과에서 - 치매행致梅行 · 331 洪 海 里 아내는 밥도 못 먹고 누워만 있는데 나만 잘 먹고 살자고 새 치아를 해 넣다니 뼈를 파고 쇠이빨을 박다니 내가 인간인가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 <따뜻한 소식> 338호에서 옮김.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2018.08.19